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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합류한 새 외인투수들, 얼마나 준비하고 왔을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2-05 14:22 | 최종수정 2018-02-05 20:45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는 불펜피칭을 벌써 두 번이나 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후랭코프는 몸을 잘 만들고 캠프에 합류했다. 5일 호주 시드니 캠프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는 후랭코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이달 초 일제히 막을 연 각 구단의 전지훈련에 합류한 새 외국인 투수는 5일 현재 총 9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훈련 첫 날부터 팀에 합류해 적응에 들어갔다. 새 외국인 선수가 캠프에 들어오면 그 풍경은 구단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간단히 몸을 풀며 적응에 들어갔다"는 구단 관계자의 코멘트가 쏟아진다. 어떤 팀은 "한국 음식을 잘 먹는 선수도 있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외국인 선수들은 구단서 정해준 프로그램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각자의 '루틴'에 따라 훈련을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알아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실전 등판 시점도 본인이 결정한다. KBO리그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기 때문에 대부분 '기대반 걱정반'의 시선을 받는다. 이들 9명의 평균 보장 몸값은 약 82만달러. 최저는 57만5000달러를 받는 한화 이글스 제이슨 휠러이고, 110만달러에 계약한 SK 와이번스 앙헬 산체스가 신입 최고 몸값이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1경기에서 나선 두산 베어스 세스 후랭코프로부터 118경기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 펠릭스 듀브론트까지 다양하다. 새 외인 투수에 대한 감독들의 궁금증도 높기만 하다. 투수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캠프 초반 순조롭게 적응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두산의 호주 시드니 캠프에 참가중인 후랭코프는 불펜피칭을 벌써 두 번 했다. 지난 2일에 이어 5일에는 40개의 공을 던졌다. 이강철 수석코치는 "몸을 잘 만들어왔다.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 아직 캠프 초반이지만,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공을 받은 포수 양의지 역시 "타자들이 쉽게 칠 공은 아니다. 제구도 수준급"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시속 140㎞대 중반의 직구를 비롯해 싱커,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후랭코프는 공끝과 제구력이 일품이다. 캠프 초반임에도 전력 피칭을 하려 하자 코칭스태프가 제지하고 나설 정도로 의욕이 넘친다.

롯데 좌완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하다. 118경기 중 선발로 85경기에 나섰다. 2012~2013년, 두 시즌 연속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11승을 따내기도 했다. 루틴이 확실한 투수다. 국내 선수들과 함께 대만 카오슝 캠프에 도착한 뒤 아직 불펜피칭은 하지 않고 있다. 출국 전 상동에서 한 차례 불펜 마운드에 섰다고 한다. 롯데는 듀브론트의 실전 등판에 대해 2월 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KBO리그 4년차인 브룩스 레일리에게도 깎듯할 정도로 팀 분위기 적응에 한창이라고 한다.

NC 다이노스 로간 베렛과 왕웨이중은 불펜피칭을 한 번씩 했다. 지난 2일 나란히 불펜 마운드에 올라 베렛은 35개, 왕웨이중은 30개를 던졌다. 물론 전력 피칭 단계는 아니다. NC 관계자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구종을 고루 구사했고, 스트라이크존도 파악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바꾼 NC 김경문 감독도 조심스럽게 이들의 컨디션을 파악중이다.


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는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캠프에서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산체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SK 산체스는 붙임성이 돋보인다. 불펜피칭을 한 차례 소화한 산체스는 한국 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고 한다. SK 관계자는 "한국말도 빨리 배우려고 하고, (메릴)켈리한테 붙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본다. 벌써 국내 선수들과도 장난을 칠 정도"라고 소개했다. 2016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산체스는 지난해 한 번도 선발로 나서지 않아 투구수를 늘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SK는 "공끝이 안 가라앉는다"고 칭찬했다.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의 강점은 마이너리그에서 131경기 모두 선발로 던졌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19경기에 불과하지만, 선발 감각은 새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다는 평가다. 애리조나 캠프 합류 후에도 벌써 두 차례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빠른 공 구속이 140㎞대 중반에서 형성되는 윌슨은 실전 등판도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한화의 두 외국인 투수들도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3일 불펜피칭을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했다. 키버스 샘슨이 46개, 제이슨 휠러가 36개의 공을 뿌렸다. 한용덕 감독은 "휠러는 큰 키에서 던지는 공의 각도가 좋고, 무브먼트도 지저분하다. 샘슨은 구위에 힘이 있어 보인다. 체인지업도 직구처럼 날아오다 잘 떨어진다"고 호평했다. 원투펀치로 활약해야 할 투수들이기 때문에 한 감독의 기대감은 크다.


삼성 라이온즈 팀 아델만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경기 중 20경기에 선발등판했다. 9명 중 가장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선발 마운드를 경험했다. 몸값은 105만달러에 이른다.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캠프 첫 불펜피칭은 이번 주중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은 "본인이 알아서 자율 운동을 하고 있다. 준비가 되면 코칭스태프에 얘기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화에서 두 시즌을 경험해 신입생은 아니지만 넥센 히어로즈 에스밀 로저스도 2년 만에 KBO리그에 재입성해 관심을 끈다. 로저스 역시 아직 불펜피칭은 하지 않았다.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 등판을 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은 문제 없어 보인다. 2016년 여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장정석 감독은 "몸상태는 아주 좋다. 밝은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있고, 우리 팀에 필요한 이미지"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의 몸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준비도 잘 하고 왔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만큼 의욕이 넘치고 국내 선수들과 어울리려는 노력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외인들에게 KBO리그는 이제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닌, 꿈을 펼칠 수 있는 또다른 무대로 인식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면 으레 거만을 떨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 외국인 선수들은 먼저 손을 내밀 줄 알고 겸손하다. 성적은 경력이 아니라 훈련 태도와 적응 의지로 갈린다는 걸 이들도 잘 알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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