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일제히 막을 연 각 구단의 전지훈련에 합류한 새 외국인 투수는 5일 현재 총 9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훈련 첫 날부터 팀에 합류해 적응에 들어갔다. 새 외국인 선수가 캠프에 들어오면 그 풍경은 구단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간단히 몸을 풀며 적응에 들어갔다"는 구단 관계자의 코멘트가 쏟아진다. 어떤 팀은 "한국 음식을 잘 먹는 선수도 있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롯데 좌완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하다. 118경기 중 선발로 85경기에 나섰다. 2012~2013년, 두 시즌 연속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11승을 따내기도 했다. 루틴이 확실한 투수다. 국내 선수들과 함께 대만 카오슝 캠프에 도착한 뒤 아직 불펜피칭은 하지 않고 있다. 출국 전 상동에서 한 차례 불펜 마운드에 섰다고 한다. 롯데는 듀브론트의 실전 등판에 대해 2월 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KBO리그 4년차인 브룩스 레일리에게도 깎듯할 정도로 팀 분위기 적응에 한창이라고 한다.
NC 다이노스 로간 베렛과 왕웨이중은 불펜피칭을 한 번씩 했다. 지난 2일 나란히 불펜 마운드에 올라 베렛은 35개, 왕웨이중은 30개를 던졌다. 물론 전력 피칭 단계는 아니다. NC 관계자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구종을 고루 구사했고, 스트라이크존도 파악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바꾼 NC 김경문 감독도 조심스럽게 이들의 컨디션을 파악중이다.
|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의 강점은 마이너리그에서 131경기 모두 선발로 던졌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19경기에 불과하지만, 선발 감각은 새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다는 평가다. 애리조나 캠프 합류 후에도 벌써 두 차례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빠른 공 구속이 140㎞대 중반에서 형성되는 윌슨은 실전 등판도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 한화의 두 외국인 투수들도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3일 불펜피칭을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공개했다. 키버스 샘슨이 46개, 제이슨 휠러가 36개의 공을 뿌렸다. 한용덕 감독은 "휠러는 큰 키에서 던지는 공의 각도가 좋고, 무브먼트도 지저분하다. 샘슨은 구위에 힘이 있어 보인다. 체인지업도 직구처럼 날아오다 잘 떨어진다"고 호평했다. 원투펀치로 활약해야 할 투수들이기 때문에 한 감독의 기대감은 크다.
삼성 라이온즈 팀 아델만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경기 중 20경기에 선발등판했다. 9명 중 가장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선발 마운드를 경험했다. 몸값은 105만달러에 이른다.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캠프 첫 불펜피칭은 이번 주중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은 "본인이 알아서 자율 운동을 하고 있다. 준비가 되면 코칭스태프에 얘기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화에서 두 시즌을 경험해 신입생은 아니지만 넥센 히어로즈 에스밀 로저스도 2년 만에 KBO리그에 재입성해 관심을 끈다. 로저스 역시 아직 불펜피칭은 하지 않았다.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 등판을 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은 문제 없어 보인다. 2016년 여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장정석 감독은 "몸상태는 아주 좋다. 밝은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있고, 우리 팀에 필요한 이미지"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의 몸 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준비도 잘 하고 왔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만큼 의욕이 넘치고 국내 선수들과 어울리려는 노력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외인들에게 KBO리그는 이제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닌, 꿈을 펼칠 수 있는 또다른 무대로 인식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면 으레 거만을 떨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예전과 달리, 요즘 외국인 선수들은 먼저 손을 내밀 줄 알고 겸손하다. 성적은 경력이 아니라 훈련 태도와 적응 의지로 갈린다는 걸 이들도 잘 알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