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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와 정근우(36)가 드디어 계약했다. 쉽지 않았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출발(1월 31일)을 딱 1주일 앞둔 24일 양측은 대전구장에서 만났다. 한화는 정근우와 2년+1년에 총액 3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7억원, 옵션 2억원 ) 계약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엇이 정근우로 하여금 38세까지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을까.
첫 번째, 지난 4년간의 성실한 활약
지난해는 무릎수술 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팀 차출을 본인이 강력 희망하며 재활을 서두르다 더 고생한 측면이 있다.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릎 부상 여파로 스텝이 100%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송구를 감행해야 했다. 좋은 영향을 미쳤을 리 만무하다. 지금은 무릎과 팔꿈치 모두 완벽한 상태다. 이상군 전 감독대행의 배려로 시즌 막판 충분한 치료와 재활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정근우는 2018시즌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두 번째, 정근우의 변신
정근우측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여러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 데이터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 뿐만 아니라 불리한 데이터도 포함돼 있었다. 수비 범위나 스피드, 도루 등은 갈수록 줄어들 여지가 크다. 하지만 정근우는 단점을 상쇄시킬 장점을 부각시켰다. 정근우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장타력을 키웠다. 2015년 12홈런, 2016년에는 18홈런, 지난해도 경기수는 적었지만 11홈런을 때려냈다. 테이블 세터지만 장타력은 타선에 파괴력을 더했다. 1번이나 2번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선 3번으로도 나설 수 있다.
세월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KIA 타이거즈 김주찬의 변신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화 구단 역시 정근우의 성실함과 근성 외에 상황에 맞는 적응력에 주목했다.
웃음꽃 핀 대전구장
다행스러운 것은 한화와 정근우의 이날 대전 만남 분위기다. 최종 사인에 앞서 정근우와 한화 사람들은 얼굴을 보자마자 웃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감사, 배려를 확인했다. 모두들 밝은 표정이었다. 협상 과정은 치열했지만 두달 넘는 줄다리기 속에 양측은 서로의 감정을 자극할만한 발언들은 삼갔다. 또 협상과정에서의 앙금도 없앴다. 정근우는 계약후 "진심을 담아 팬들과 구단에 감사 드린다"고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