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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수록 NPB화?' 우리는 왜 젊은 거포에 목마른가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1-10 10:55


나성범. 스포츠조선DB

에만 들어서도 상대 투수를 긴장하게 만드는 존재감. 거포형 타자들에게 타선의 핵심인 4번 타순을 맡기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에서 '핫'한 젊은 타자들을 보면 거포 스타일과는 반대다. 삼성 라이온즈의 핵심 타자로 착실히 성장 중인 구자욱과 넥센 히어로즈의 호타준족 유격수 김하성, 신인왕 이정후까지. 대부분 호리호리하고 키가 큰 체형이다. 이정후는 이제 프로 2년차에 접어들었고, 타고난 손목 스킬이 좋은 교타자다. 입단 당시 깡 마른 체형이었던 김하성과 구자욱은 체격을 키우는데 집중하면서 어느정도 파워가 커졌고, 시즌당 평균 20여개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타자다.

차세대 스타 플레이어들이지만, 사실 전통적인 거포와는 거리가 멀다. 중장거리형 스타일이라고 보는 게 더 맞는 옷이다. 언제부턴가 리그 전체적으로 어린 거포들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만년 유망주였던 박병호가 '홈런왕'으로 우뚝 선 이후, 그 계보를 이을 후배들이 마땅치 않다. 가장 근접한 선수가 NC 다이노스 나성범이지만, 2014년 30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이후 28-22-24개로 수치가 하락했다. 또 나성범도 1989년생으로 올해 한국나이 서른살이 됐다. 어린 유망주라고 볼 수 없고, 원숙한 단계로 올라선 선수다.

젊은 거포 가뭄은 대부분의 구단들이 동감하는 부분이다. 특히 과거에는 거포들이 대부분 1루나 3루 핫코너를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3루수도 씨가 마른 상황이다. KIA 타이거즈도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범호를 이을 차기 3루수가 확정적이지 않고, SK 와이번스도 최 정 이후 세대 교체를 슬슬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황재균 이후 붙박이 3루수가 없다. 대부분 베테랑들이 주전 3루수인 구단들은 다음 후보를 고르지 못한 상황이다.

투수에 집중하는 아마추어의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중,고등학교 아마추어 야구에서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들은 99% 투수를 하려고 한다. 그다음이 외야수고, 내야수는 가장 인기가 없는 포지션이다. 주목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구속 빠른 투수와 교타자형 외야수는 계속 배출이 되는데, 거포형 내야수는 씨가 마르고 있다.

리그 전체적으로 몇년째 타고투저가 고공행진 하고 있는데, 거포 유망주는 갈 수록 줄어드는 기이한 현상이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면 KBO리그도 장기적으로 NPB처럼 교타자 위주 투고타저 시대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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