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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정운찬 KBO신임총재 "열혈 두산팬? '出두산' 해야죠"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12-30 23:44


정운찬 KBO 신임 총재.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28/

지난 11월 29일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에서 신임 총재로 추대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70)가 1월 3일 취임식을 갖는다. 서울대학교 총장, 한국경제학회장, 제40대 국무총리를 거친 명망가. 야구팬들에겐 열혈 두산팬으로 더 유명하다.

정 신임총재가 2013년 펴낸 야구에세이집 '야구예찬'의 부제는 '야구바보 정운찬의 야생야사 이야기'다. 정 신임총재는 "야구를 통해서 인생을 배웠고, 야구 때문에 늘 행복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12월 28일 눈이 올듯말듯한 회색빛 하늘을 이고 대학가 오르막길을 걸었다. 정 신임 총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반성장연구소. 창문과 출입문을 제외하고 빼곡히 책으로 둘러쌓인 크지 않은 연구실. 정 총재는 두산, KBO, 힐링, 야구 산업화, 국가대표, 100억 FA 등 수많은 프로야구 화제와 난제를 떠올렸다.

'야구예찬' 4장에 '나의 두산베어스 사랑' 편이 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이어져온 두산 사랑. 정 신임 총재는 대학 시절 동창회 장학금을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고 박두병 두산 회장이 상과대학 동창회장이었다. 이런 저런 인연은 30년 넘게 이어졌다. "두산의 열혈팬이었음을 인정한다(웃음). 하지만 이제 커미셔너가 되면 당연히 '출(出) 두산' 하겠다. 프로야구 팬들의 더 큰 사랑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KBO 신임 총재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28/
-야구 소년에서 야구계 수장이 되셨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사랑했고, 직접 야구를 하는 것도 즐겼다. 중책을 맡게 돼 가슴 설레일 만큼 영광스럽지만 또 한편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 동안 몇 차례 제안이 있었지만 고사했다. 이번에 구본능 총재님과 몇몇 구단주께서 다시 제안하셨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수락했다. KBO 총재를 꿈꾼 적은 없지만 이제 내가 사랑하는 프로야구를 위해 학계와 정부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쓸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총재 내정 후 한달, 어떻게 보내셨나

야구를 정말 좋아하지만 KBO 내부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구 총재님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 조언을 들으며 공부중이다. 미국과 일본의 커미셔너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우리보다 긴 역사의 그들 프로야구가 어떤 제도와 조직으로 움직이는 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 KBO리그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열정적인 두산 베어스 팬으로 유명한데

두산의 열혈(Die hard) 팬이었음을 인정한다. 이제 커미셔너다. 당연히 두산을 넘어 더 큰 것을 바라봐야 한다. 10개 구단과 프로야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KBO가 되도록 다양하게 소통할 것이다.

-KBO 사무총장 하마평이 무성하다. 조력자를 누구로 할 지 결정 하셨나

원칙은 세웠다. 1월 3일 취임식 때 발표할 것이다. 안은 세 가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한 사람을 정해서 이사회에 상정하는 것과 2~3명 후보군을 올려 이사회가 적임자를 정하는 것, 또 하나는 공모하는 것이다. 공모는 좋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공모 기간중에 잡음이 많을 수 있다. 공모의 장점은 내가 아는 사람들의 범위가 좁다보니 선택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공모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취임식에서 입장을 밝히겠다. 사무총장은 OOO다고 발표할 수도, 후보군을 압축할 수도, 공모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셋 중 하나다.

-올초 WBC 예선탈락 충격이 꽤 컸다. 국가대표 경쟁력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회와 2회 대회는 성과가 좋았다. 3회부터 아쉬움이 있다. 프로야구 저변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를 감안하면 대표팀 실력이 형편없다 보기 어렵다. 실력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초고액 연봉은 일부 FA 선수들에 국한돼 있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더 많다.

연봉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좀 아닌 것 같다. 최저연봉 2700만원은 미안한 수준이다. 최저연봉도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 잘하는 사람 연봉 많이 주는 것은 좋지만, 많이 받는 그룹과 가장 적은 그룹의 간격을 지속적으로 줄여야 한다. 선수간 동반성장도 필요하다. 분배만의 얘기는 아니다. 너무 많은 연봉차는 공동체 사회에서 적잖은 문제를 일으킨다.

-KBO리그 토대에서 4년 100억원 선수를 품을 수 있다고 보시는 지

고액 연봉자가 많이 받는다는 것은 사실 상대적인 얘기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른바 야구 회사들이다. 우리는 모기업 도움을 받아 리그를 운영한다. 산업적인 측면, 재정적인 측면은 허약하다. 이 때문에 연봉이 높다고 하는 얘기일거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우리 선수들이 받는 연봉을 보라. 그만한 가치 있기에 주는 것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현재 우리 구단의 재정 능력으로만 놓고 보면 부담스런 면이 있다.

-KBO는 올해 심판 금품수수, 입찰비리 등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구본능 총재님과 개인적으로는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많은 일을 하셨다. 800만 관중, 9구단, 10구단 창단. 고교야구팀이 50여개에서 70여개로 늘었다. 고교팀이 20개팀 가량 늘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단지 한말씀 드리자면 불미스런 일들이 벌어졌지만 KBO가 시킬 리 만무하다. 잘못이 있으면 밝히고, 인정하고, 잘못한 사람을 징계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일을 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옆에서 봤을 때 드는 생각이다. 깊이 있게 속을 들여다보진 못했다.

더 투명해져야 한다. 미국인들에게 야구는 생활이고 일본인들에겐 종교, 우리에겐 힐링이라고 생각한다. 승부조작, 음주운전, 심판비리 등은 있어선 안된다. 일벌백계해야 한다. 야구 선수들과 관계자들에 대한 여러가지 교육, 예방차원의 노력은 필수다. 하지만 일단 문제 발생하면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지난해 840만 관중을 돌파했다.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보시나

관중석 여유는 아직 있다. 850만이 피크라는 얘기도 있지만 미국 일본은 좌석점유율이 70% 내외다. 우리는 55% 정도 밖에 안된다. 여러가지 불미스런 일로 관심들은 많으신데 안오실까 걱정이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더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 경기력 향상 뿐만 아니라 팬서비스, 관전편의 향상을 통한 관중 증가는 존재 이유와 맞닿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축 구장도 속속 생기고 있지만 야구장 크기를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토론토에서 시구를 한적이 있다. 축구장, 야구장으로 쓰는 구장인데 무려 5만5000명을 수용하는 규모였다. 우리 현실에서 10개 구단은 적지도 많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야구팬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말씀

야구가 더 많은 국민들의 즐거움, 힐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수, 구단, KBO가 철저히 팬 중심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팬들이 더욱 사랑할 수 있는 KBO리그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 지켜봐 달라. 프로야구 내 불균형이 있다. 선수간, 구단간. 또 구단과 선수간에도 계약 조건에 있어 선수들이 불리한 면이 있다. 개선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다. 소통이 필요하다. 팬, 선수, 구단과 더 자주 만나겠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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