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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리빌딩선언 한화 10년간 쌓인 불안감 넘어야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12-26 22:43


◇지난달 3일 한용덕 감독 취임식. 박종훈 단장(왼쪽), 김신연 사장(가운데), 한용덕 감독. 대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1.03

한화 이글스는 지난 10월 일찌감치 노선을 정했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 한화 그룹은 '확실한 성과와 체질개선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더이상 대대적인 투자는 어렵다'는 시그널을 야구단에 보냈다.

외국인 선수는 100만달러 이하 셋으로 채웠다. 셋 연봉 합은 197만5000달러다. 200만달러(내년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 연봉)가 안된다. 한화는 100만달러 용병이 없는 유일한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외부FA 시장에선 철수했다. 정성훈 등 일부 영입가능한 베테랑에 대해 박종훈 한화 단장은 26일 "외부FA나 베테랑의 갑작스런 보강은 없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내부 FA 정근우 안영명 박정진과의 협상도 지지부진이다. 계약 연수, 연봉 모두 선수들이 느끼는 온도는 차갑다. 불과 2~3년전 'FA 큰손'이었던 후한 한화 인심은 온데간데 없다.

확실한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의 가장 큰 딜레마는 10년간 쌓인 불안감이다. 올해까지 10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 우승이라면 몰라도 이제 5위까지 주어지는 가을야구지만 10년을 허송세월했다. 박종훈 단장은 "내년 성적을 놓아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용덕 감독님과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마련해 보겠다"고 했다. 한용덕 감독은 "리빌딩은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내년 성적을 버릴 수 없다. 10년간 한숨지었던 팬들께 약속을 드린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금 법칙처럼 굳어버린 10년 습관과 싸우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글스의 시즌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구단은 매해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감독 교체, 스카우트 강화, 선수단 전력개선 작업) 지도자와 선수들은 시즌이 끝날 때마다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팬들앞에 '내년엔 달라질 것'을 다짐 가을 마무리 캠프에선 몇몇 신진급에 대한 기대감 상승 스프링캠프는 매번 자신감 충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최 강 한 화' 육성응원을 뒤로하고 허무함 반복.

가을야구 끝자락이 손에 닿을 뻔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실패였다.

그동안 명장도 모셔보고, FA 큰손으로 여기저기 선수도 모아보고, 대형신인에 기대도 걸어보고, 비싼 외국인 선수도 써봤다. '가성비 외인'으로 3명을 다 채운 이유를 묻자 한화 구단 관계자는 "우리가 비싼 용병을 안 써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연봉이 문제가 아니다. 건강함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용병이 모두 아파서 짐을 싸는 것은 아니다. 몸은 건강해도 야구가 이런 저런 이유로 형편없으면 곧바로 용도페기다.


한화는 표면적으로는 내년에 별로 나아질 것이 없다. 윌린 로사리오(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입단)의 공백만 커 보인다. 건강한 이용규, 부상을 털고 일어설 주전들, 외국인 선수들의 잠재력 폭발 등 기대 요소가 있지만 희망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선수 부상과 외국인 선수 적응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한화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주 빠른' 토끼는 아니다. 1차 목표인 점진적인 리빌딩은 웬만한 팀은 병행하는 작업이다. 2차 목표는 우승이 아닌 가을야구(최소 5위)다.

리빌딩 속도야 얼마든지 조절가능하다. 리빌딩이라고 해서 신진급을 막무가내로 기용하며 '경험치'를 무한주입하는 식은 아닐 것이다. 가을야구라면 5승, 10승을 추가하는 현실적인 목표를 차츰 이뤄나가면 된다. 10년의 실패로 자신감이 바닥이어서 그렇지 5위는 '하늘에 별을 따는' 작업은 아니다.

박 단장과 한 감독은 그 '접점'을 얘기하고 있다. 2018년을 맞는 한화는 쉽게 조급할 수 있고, 금방 포기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 감독은 내년 4월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출발이 순조로워야 리빌딩과 성적, 두 목표를 향한 추진력을 계속 얻을 수 있다. 초반에 엇나가면 급해지면서 팀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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