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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토리] '돈,돈,돈' KBO리그 구단들은 왜 외국인 계약에 끌려다닐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12-21 21:10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이적한 데이빗 허프. 스포츠조선DB

야구 실력과 스타성, 인간미까지 넘치는 외국인 선수와의 영원한 해피 엔딩은 없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철저하게 이해타산을 따져 이뤄지는 비즈니스다. 그런데 KBO리그 시장과 선수 영입 투자 금액이 액수가 커지면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1년 내내 메이저리그를 주목하면서 선수들을 살핀다.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구상을 시작한다. 연말을 앞둔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 3명과 계약을 모두 마친 구단도 있고, 1~2개 자리가 비어있는 팀도 있다. 늘 지금쯤이면 새 외국인 선수 영입과 발표가 핫이슈다.

구단이 선수를 찾아 계약을 제시하고 합의에 이르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선수가 원하는 것을 들어보고 보장 조건을 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선수에게 끌려가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진짜 문제는 이 현상이 최근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가면 돈 많이 준다"

KBO리그는 더이상 외국인 선수들이 기피하는 리그가 아니다. "한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퍼져있다. 한국에서 뛰던 선수들이 돌아오면 찾아가 "나도 한국에 가고싶다.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냐"고 물어보는 선수가 많다고 한다. KBO리그 수준과 위상이 예전보다 올라간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마이너리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좋은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건 프로 세계에서 당연하다. 그런데 이제 선수가 자신의 몸값을 책정해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 "나보다 못한 선수가 한국에서 얼마를 받았다고 들었으니 나는 그 이상을 달라"며 제시액을 내민다. 물론 구단들도 터무니 없는 선수들은 당연히 계약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KBO리그에서 통할 만한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적정 연봉을 줄만 한 선수' 찾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MLB 구단들도 나서서 선수 장사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한국, 일본에서 온 '손님'들을 상대로 선수 장사를 한다. 선수와 계약할 때 해외 리그 이적료에 대한 조항을 반드시 포함하고, 연말이 되면 '선수 세일즈' 담당자를 고용한다. 이 담당자들이 한국,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에게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추천한다. 계약에 성사되면 구단은 최소 몇 억원의 이적료를 앉아서 벌게 된다.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닐 경우 대부분 이적료가 필요하다. 구단들이 이적료 액수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최근 KBO리그 A 구단은 한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오면서 웬만한 특급 외국인 선수 연봉 수준의 엄청난 이적료를 지불해야 했다. B 구단은 메이저리그 C 구단으로부터 특정 선수를 추천 받았지만, 계약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C 구단은 며칠 후 해당 선수를 방출해버렸다.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상품으로서 가치가 더이상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빨리빨리'가 능사는 아니다

올 겨울에도 외국인 선수 계약과 관련한 잡음이 있었다. 팀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외국인 선수 계약을 주도하는 스카우트팀은 현장과 프런트 고위층 사이에서 강한 압박을 받는다. 계약이 늦어지면 여러가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계약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 '능력있는 스카우트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보니,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몇몇 구단은 외국인 선수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맞춰주고 빨리 사인을 하기 바쁘다. '그냥 달라는대로 주고 빨리 계약을 매듭짓자'는 조급함을 보이는 팀도 있었다. 후유증은 재계약을 할 때 체감한다. 선수가 그 이상의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고도 재계약에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보통은 이런 이유 때문일 때가 많다.

에이전트와의 잘못된 의사 소통도 원인이 된다. 계약을 에이전트에게 일임한 선수가 '협상 결렬'이라는 통보만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재계약에 성공한 한 외국인 타자도, 에이전트가 선수 생갭다 무리한 금액을 요구했고 재계약이 불발될 뻔 했다. 그래서 다년간 KBO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헨리 소사는 재계약 때 윈터미팅이 열린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날아가 LG 트윈스를 직접 만나 사인했다. 자신이 직접 듣고 이야기를 나눠야 더 수월하게 풀린다는 사실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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