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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함께 하시지요."
이들의 '한솥밥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단장은 김 감독보다 5년 연상의 야구 선배다. 동시대 프로야구 현장에서 리그를 뒤흔들었던 투타 레전드 출신이다. 군산상고-연세대를 거친 조 단장은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광주일고-인하대를 졸업한 김 감독은 쌍방울 레이더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다 조 단장이 1998년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긴 뒤 1년 후 삼성으로 온 김 감독과 처음으로 '팀 메이트'가 됐다. 현역 은퇴 후에는 김 감독이 일본으로 코치 연수를 떠나며 자연스럽게 인연이 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마음 속에 조 단장은 늘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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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사는 알 수 없다. 2014년 10월 말이었다. KIA는 당시 야인이었던 김기태 감독을 제8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 소식을 들은 김 감독이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당시 LG 2군 감독이던 조계현이었다. 딱 한 마디를 했다. "형님, 함께 하시죠."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조 단장은 당시 신생팀 kt 위즈의 2군 감독직을 제의받고 수락 의사까지 건넨 상황. 만약 KIA행을 택하면 kt 구단이나 당시 조범현 kt 감독에게는 큰 결례를 범하게 된다. 고민을 거듭하던 조 단장은 끝내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이 내민 손을 잡기로. 그래서 직접 kt 구단과 조범현 감독에게 찾아가 진심으로 양해를 구한 뒤 김 감독 옆에 섰다.
만약 당시 조 단장이 애초 계획대로 kt 2군 감독직을 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지만, 아마도 KIA의 올해 통합 우승과 역대 첫 수석코치 출신 단장 임명의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두 사람은 '단장-감독'이라는 새로운 고리 안에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각기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으로서 KIA를 이끌어나가게 된 것이다. 조 단장이 5년 선배지만, 수석코치 시절에는 항상 김 감독을 알뜰히 보좌하며 '2인자의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김 감독 역시 조 단장이 수석코치였을 때 늘 깍듯한 예의를 다 하며 의견을 경청해왔다. 이런 밀접한 관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KBO리그에는 현장 경험이 구단 운영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돼 있다. 그래서 현재 10개 구단 중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한 7개 구단의 단장이 전부 선수 출신이다. LG 양상문 단장과 SK 염경엽 단장, 한화 박종훈 단장은 1군 감독까지 역임했다. 지난 3년간 KIA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조 단장은 현장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팀을 위한 측면에서 보다 원활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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