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의 Why not?] SNS가 야구보다 더 중요한가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1-21 15:29 | 최종수정 2017-11-22 01:23


한화 이글스에서 방출된 김원석. 스포츠조선 DB

"SNS는 인생의 낭비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한 말이라고 대중에 알려져 있는 데 실제와는 약간 다르다. 2011년 5월 18일에 소속팀 간판 선수인 웨인 루니가 트위터에서 한 팔로워와 논쟁을 벌인 일에 대해 비판하며 퍼거슨 전 감독은 원래 이렇게 말했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원문이다.

'I don't understand it, to be honest with you. I don't know why anybody can be bothered with that kind of stuff. How do you find the time to do that? There are a million things you can do in your life without that.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솔직히 말하자면 이해를 못하겠어요. 선수들이 왜 그런 것(트위터)에 신경을 쓰는 지 모르겠군요. 대체 그런 걸 할 시간이 어떻게 나죠? 그것 말고도 인생에는 할 것 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차라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세요. 진심으로, (트위터는) 시간 낭비에요) 그리고 퍼거슨 전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건 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선수들은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벌써 6년이나 지난 얘기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잊을 만 하면 다시 세간에 회자되곤 한다. 안타깝게도 그의 경고와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한화 이글스의 외야 기대주 김원석이 사고를 쳤다. SNS의 일종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팬과 주고받은 대화가 공개됐는데, 내용이 끔찍했다. 소속팀 감독부터 동료 선수, 연고지역, 야구팬, 치어리더, 역사적 인물, 현 대통령에게까지 전방위적으로 혐오와 비난의 막말을 쏟아냈다. 결국 한화 구단은 지난 20일 김원석을 자유계약 형식으로 방출했다. 아직 피우지도 못한 야구 인생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어버린 격이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앞으로 또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그냥 재미로' 또는 '남들도 하니까'라는 생각으로 SNS를 애용하는 선수들이 지금도 적지않다. 그 중에는 은밀하게 타인에 대한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제 구단들은 이런 문제까지도 관리해야 할 처지다.

SNS가 문제일까. 그건 아니다. 그 자체에는 죄가 없다. 원활한 소통의 창구로서 지닌 순기능도 크다. 또 요즘 같은 세상에 "SNS는 아예 하지 말라"는 것도 고리타분한 얘기다. 그래서 무조건 이용을 제재하는 건 해법이 아니다. 결국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 동료에 대한 존중, 타인에 대한 예의, 자기가 속한 세상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없다면 누구든 '제2의 김원석'이 될 수 있다. SNS 이용을 제재하는 것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선수들에 대한 교육이다.

퍼거슨 전 감독의 말이 새삼 가치를 지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에는 SNS를 하는 보다 더 값지고 중요한 일들이 많다. 꼭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라는 게 아니다. 기량 향상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빠듯할 것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레전드' 이승엽도 유니폼을 벗고 나서야 비로소 SNS를 시작했다고 한다. 현역 시절에는 야구 외에는 도저히 다른 데 신경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선수'가 말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한정돼 있다. 선수들에게 주어진 현역의 기회는 더 짧다. 염려를 담아 진심으로 선수들에게 묻고 싶다. SNS가 그렇게 중요한가? 야구보다 더? 선수 인생을 걸 만큼? 지금 이 순간,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떠올려보길 바란다. 잘 모르겠다면 퍼거슨 전 감독의 말과 김원석 사례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하라. 단,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스포츠 1팀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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