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더이상 들을 수 없는 "롯데의 강민호~", 왜 떠났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11-21 20:26


롯데 자이언츠와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가 14년만에 결별했다. 지난달 13일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파울플라이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고 있는 강민호.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4년 프랜차이즈 스타가 '구도(球都)'를 떠났다.

롯데 자이언츠는 21일 오후 강민호와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생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갖춘 강민호 선수와 FA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계약이 결렬됐다"면서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의 상징성을 고려해 4년 총액 80억원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평가를 원하는 선수 의견을 존중해 협상을 최종적으로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삼성 라이온즈가 '강민호를 4년 80억원에 영입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롯데와 삼성이 제시한 액면 조건은 같은데, 강민호는 왜 삼성을 선택했을까.

양 구단 모두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차이점을 따지면 총액에 대한 해석이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삼성은 80억원을 보장했고, 롯데는 옵션을 포함해 80억원을 제시했다. '시장 원리'를 따라간 강민호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최선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선수 나이와 그 동안의 공헌도와 상징성, 마케팅 측면의 기여도를 모두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해서 제시했다. 선수 본인은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강민호는 삼성과 계약을 마친 뒤 본지와 인터뷰에서 "4년간 보장액 80억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10년 넘게 몸 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돈 문제라면 롯데에 남을 수 있었다. 자세한 것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삼성으로 마음이 흔들린 계기가 분명히 있었다"고 했다. 종합하면 금액적인 부분과 야구선수로서의 환경적인 부분 등에서 그가 삼성을 선택한 이유가 좀더 분명해지는 셈이다.

강민호는 2004년 신인 2차 지명 3라운드서 롯데의 선택을 받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올해까지 14시즌을 롯데와 함께 했다. 첫 FA 자격을 얻었던 2013년 말 당시로는 역대 최고액인 4년간 75억원에 재계약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서,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대우를 넉넉히 받았다.

그간의 활약상이 그의 가치를 말해준다. 강민호는 롯데에서 통산 타율 2할7푼7리, 218홈런, 778타점을 기록했다. 롯데 선수로는 역대 최다인 1495경기에 출전하는 영예로운 기록도 세웠다. 대체 불가능한 포수이자 중심타자로서 부산팬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차지했다.


이윤원 단장은 "구단의 모든 부분을 검토한 결과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하기는 힘들었다.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논리인데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포수 자원을 키우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포수진은 이제 올해 백업 역할을 한 김사훈과 나종덕, 부상에서 돌아온 안중열의 경쟁체제로 내년 시즌을 맞는다. 이 단장은 "우리 투수들도 젊어졌는데, 포수도 같이 젊어지면 좋은 것 아니겠나. 길게 생각하겠다"고 했다.

2000년 FA 제도 도입 이래로 입단 첫 해부터 스타로 성장할 때까지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프랜차이즈 팀을 떠난 선수로 2005년 김재현(LG 트윈스→SK 와이번스), 2007년 박명환(두산 베어스→LG), 2009년 홍성흔(두산→롯데), 2015년 장원준(롯데→두산), 2017년 최형우(삼성→KIA 타이거즈)와 차우찬(삼성→LG)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강민호의 경우는 좀더 특별하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데다 스스로의 몸값 자체를 더욱 높이며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지난 14년 간 사직구장에 울려 퍼졌던 "롯데의 강민호~"는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