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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져다놓는 자리, 회식 때 앉는 자리도 알려주시던데요."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현역 때와 똑같았다. 치수도 똑같다고 했다. 그러나 선수가 아닌 초보 코치로서의 어색함은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등에는 영구결번이 된 9번이 아닌 93번 등번호가 달려있었다. 이병규는 "일단 남은 번호가 93번이어서 선택을 했는데, 내년에는 바꿀 것 같다. 어울리는 번호가 있으면 추천좀 해달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 동료이던 선수들도 깜짝 놀랬다고. 베테랑 정성훈, 박용택은 "기사 내용이 진짜냐"며 믿을 수 없다고 했고, 오지환은 어색한 내용의 '반갑다'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병규는 "오늘 처음 출근을 했는데, 이천 잔류군 선수들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 한석현이 홀로 외야에서 외롭게 있길래 1대1 수비 강의를 열심히 하고 왔다"고 했다. 이병규는 이어 "아직 보직에 관해 들은 얘기가 없다. 타격 뿐 아니라 수비도, 주루도 다 지도할 수 있다. 1루 베이스 코치 나가서 장비 받아오고 열심히 해야할 일들도 많다. 물론, 3루 베이스 코치는 아직 부담스럽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지도자로서 자신이 그리는 철학을 확실하게 설명했다. 이병규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 우리 선수들은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스스로 뭔가를 찾아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며 "일본 주니치에서 뛸 때 만났던 이시미네 타격코치님에 생각난다. 그 분은 선수가 다가올 때까지 말씀을 안하셨다. 그렇다고 무성의한 게 아니었다. 다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 물어오면 그 때 해답을 주셨다. 그 분 때문에 다른 세계의 야구를 접했다. 나도 그렇게 선수들을 지켜보고, 나에게 찾아온다면 격 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병규는 이어 "내 눈높이에 맞춰 선수들을 보면 안된다. 내가 낮춰야 한다. 선수들과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며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하며 "코치로 새출발 하는 게 설렌다. 선수 때는 후배들에게 가르쳐줄 게 있어도 코치님들이 계시니 그렇게 못했다. 이제는 편하게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나를 어려워 하겠지만, 다가오면 많은 얘기들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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