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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48), 프로야구 감독 리더십의 트렌드도 바꿔놓을까.
김 감독이 팀을 맡은 지 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전력도 전력이지만, 하나의 팀으로 뭉쳐진 느낌이 부족한 KIA였다. 스타들은 많아도, 성적으로 곧장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 트윈스와 명승부를 벌이더니, 올해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그래서 김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있다. 김 감독은 KIA에 오기 전 LG 트윈스 감독으로 2013 시즌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시켰다.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모래알 팀'이라는 오명을 썼던 LG를 바꾼 게 김 감독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이병규(은퇴)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현 kt 위즈) 봉중근 등 베테랑들을 존중하고 확실한 역할을 부여하는 한편,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팀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정의윤(SK 와이번스)이라는 미완의 대기를 LG 역사상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은 김 감독 뿐이었다. 정의윤은 2013 시즌 중반부터 4번 타자로 나서 100안타-47타점을 기록했다. 정의윤은 김 감독 시절을 돌이키며 "못쳐도 계속 믿고 4번에 내보내주셨다. 자신감이 생기더라. 눈치보지 않고 정말 신나게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훈련 때는 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 농담을 걸고, 펑고를 직접 쳐준다. 동네에 사는 옆집 형처럼 선수들을 대한다. 그러나 정해진 원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선수에게는 가차 없이 철퇴를 내린다. 그리고 야구 예절을 엄격하게 지키게 한다. 이는 베테랑이고, 스타 선수이고 예외가 없다.
김기태 리더십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모든 결정권을 갖고있는 감독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권위만 내세워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프로야구 선수들은 100억원대 몸값을 자랑한다. 소위 말하는 '머리 큰'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스타 선수들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이면 절대 따르지 않는다. 이는 때리고, 맞으며 야구하던 시절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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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너무 친근하게만 대해도 문제다. 선수들이 감독을 너무 쉽게 보면, 팀 전체가 긴장감을 잃는다. '나는 이렇게 잘하는 선수인데, 설마 저 감독이 나를 뺄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몇몇 선수들이 갖는 순간 팀은 망가진다. 그런 선수를 쳐내지 못하면, 나머지 백업 선수들은 동력을 잃는다.
김 감독은 옛날 야구와 선진 야구가 만나며 과도기적 단계에 들어가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특성, 그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잘하고 있다.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하지만, 결코 나태해지지 않게 만든다. "감독님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한다"며 선수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든다. 그동안 LG, KIA 뿐 아니라 다른 팀 많은 선수들도 "김기태 감독님과 야구를 함께 해보고 싶다"고 많이들 얘기하는 것도 그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이 만들며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2년 상대 투수 교체에 불만을 품고 1군 데뷔도 못한 신인투수를 타석에 세워 지탄을 받았다. KIA에 와서는 3피트 규정에 항의하다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끝내기 위기 상황에서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 배치하는 초유의 시프트를 시도하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올해도 실험적인 선수 기용 등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 감독이 됐으니, 이런 해프닝들은 추억으로 돌이킬 수 있다. 김 감독도 이런 사건들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김 감독의 인간적인 리더십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하지만 지략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선수, 코치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었다. 이런 '한국시리즈 초짜'가 감독으로서 첫 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용병술은 상대를 압도했다. 부족한 경험을 메우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는 의미다.
이제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앞으로도 길게 펼쳐질 김 감독의 야구가 팬들을 어떻게 또 웃기고, 울릴지 궁금해진다.
스포츠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