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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이 오르더라고요."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티켓이 팬들의 손에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제는 기업화됐다고까지 알려진, 암표상들이 대부분 표를 가져간다. 물론, 일부 운이 좋은 일반팬들이 티켓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암표상들의 첨단 시스템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초고속 인터넷 선을 사용하는 건 기본이요, 자동으로 사이트 내 티켓 구매가 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1초를 다투는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한다. 일반팬들이 마우스, 손가락으로 단계를 밟아가며 터치하는 순간 그들은 티켓 구매를 완료한다. 1명당 4장까지 구매가 가능한데, 대량 구매에도 큰 문제는 없다. 여러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해 여러 컴퓨터에서 동시 접속하면 그만이다.
KBO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티켓 예매 과정에 은행 보안 시스템처럼 구매 확정 전 인증숫자를 넣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나 준플레이오프 예매 경험을 통하면 그런 문제들은 매크로 프로그램 변수 추가로 금세 해결할 수 있다. 국내 최대 티켓 사이트를 대행사로 선정했지만, 제대로 된 예매가 되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 이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KBO도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공식 티켓 장터 사이트를 만드는 등 대책을 세웠다. 티켓 정상가의 최대 130% 금액까지 팔 수 있는 것. 상대적으로 인기가 저조했던 플레이오프에서는 제법 활발히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초대박 매치로 불리우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팝니다' 대신 '삽니다' 글만 엄청나다. 암표상 입장에서는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티켓을 싼 가격에 팔고 싶지 않을 것이다.
비싸게라도 사면 다행이다. 사기 행각도 많다. 티켓을 판다고 해 입금을 하면, 작성자가 사라지는 식이다. KBO 관계자는 "티켓 구매 사기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니 야구팬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 현장 판매분을 늘린다 해도, 암표상들이 동원한 인력들이 일찍부터 대기해 표를 사버리면 그만이다. 어떤 방법을 강구해도, 허점이 있다.
올해까지 야구하고 말 게 아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단, 가장 이상적인 건 시즌티켓 판매를 늘리는 것이다. 시즌티켓 구매자들에게 포스트시즌 경기 티켓 구매 우선 기회를 줘야 한다. 시즌티켓의 가치가 올라가고, 시즌티켓이 많이 팔리는 게 선진 프로 스포츠 시스템이다. 시즌티켓 구매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포스트시즌 티켓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니면 입장시 매우 복잡해지겠지만, 예매자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예매자와 티켓 소지자가 같아야 동반 3인까지 함께 들어갈 수 있게 하면 암표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법도 불가피하게 현장에 오지 못하는 팬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게 걸린다.
적발된 암표상들을 일벌백계 할 필요도 있다. 적발돼봐야 벌금 내면 풀려나니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근에는 조직화되고 있기에 뿌리를 캐내는 수사로 큰 벌을 줘야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일이다. 야구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최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야구팬들의 잔치가 아니라 암표상들의 잔치다.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
스포츠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