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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 땅볼 전력 질주. 이호준의 마지막 기록이다.
비록 그가 꿈꾸던 은퇴는 아니다. 이호준은 그동안 여러 차례 "NC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고싶다"고 했지만, NC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 역시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이호준은 벅찬 가슴을 안고,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그는 "후배들 덕분에 행복하게 야구하다 떠난다. 고맙다. 후배들에게 '공부하고 와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며 가장 먼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물론 끝내 NC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이호준은 "나조차도 '우승'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경직되고 힘들더라. 선수들이 이런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시점이 돼야 우승을 할 것 같다"면서 "우승을 하고 떠나고 싶었지만, 신생팀이 이렇게 가을야구를 매해 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성장했다는 자체로 보람을 많이 느꼈고, 배운 점도 많다. NC는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며 NC 후배들이 곧 우승을 경험할 수 있을것이라 장담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경기가 끝이 났다. 더이상 '선수 이호준'은 볼 수 없다.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고졸 신인으로 지명을 받았고, 1996년 1군에 처음 데뷔했다. 해태에서 '그저 그런 유망주'였던 그는 SK 와이번스에서 본격적인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그리고 신생팀 NC의 첫 외부 FA 선수로 팀을 옮기면서 베테랑 선수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프로 생활을 20년 넘게했으니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길을 걸어왔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이호준은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나같이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가 있을까 싶다"는 그는 "스무살때는 아무 생각 없이 놀기도 했고, 결혼한 이후에 책임감이 생기면서 야구를 제대로 했다. NC에서 보낸 5년은 여유가 있었다. 행복하게 야구하고, 야구다운 야구를 했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다 해봤다. 나는 행복하게 야구하다 떠난다"며 미소지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