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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하는 정규리그 1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는 각각 큰 고민을 안고 있다. KIA는 4번 타자 최형우의 후반기 부진이 마음에 걸린다. 두산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시즌 막판 흔들리고 있다.
최형우는 올시즌 타율 3할4푼2리(6위), 176안타(7위) 26홈런(12위) 120타점(2위)을 기록했다. 어디 한구석 빠지지 않는 특급활약이다. 특히 팀의 4번 타자로서 120타점은 모든 부정적인 평가를 덮고도 남는다. 최형우는 KIA의 페넌트레이스 1위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특히 9월 이후에는 부진이 심각하다. 9월부터 시즌 최종전(10월 3일)까지 25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91타주 21안타) 1홈런 8타점에 그쳤다. 장타는 홈런 1개, 2루타 1개가 전부였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599에 불과했다. 최악의 부진이다.
니퍼트의 상황도 심각하다. 올시즌 14승8패, 179⅔이닝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아쉽지만 승과 이닝에선 자기 역할을 어느정도 수행했다. 다만 후반기 들어 나쁘다. 후반기 13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은 4.99로 치솟았다. 9월 이후에는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은 7.46까지 올라갔다. 지난 17일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니퍼트는 에이스답지 않았다. 5⅓이닝 8안타(1홈런) 6실점(5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두산으로선 큰 충격이었다. 다음날(18일)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장원준도 6회를 채우지 못하며 홈런 3방을 허용하며 6실점(5자책)했지만 상황이 다르다. 니퍼트는 시즌 막판 계속해서 좋지 않았고, 장원준은 꾸준한 활약 끝에 잠시 흐름이 나빴을 뿐이다.
한국시리즈 초반 최형우와 니퍼트 쓰임새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KIA는 최형우 외에 4번 자리도 마땅치 않고, 최형우가 살아나야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한결 수월해진다. 김기태 KIA 감독이 시즌 막판 최형우 살리기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였던 이유다.
니퍼트는 그래도 팀의 에이스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무너지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연속무실점 행진기록(34⅓이닝 )을 이어오고 있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53km까지 찍고 있다. 볼끝이 다소 무뎌졌지만 구위가 형편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에이스 기용에 뭔가 변화를 주면 기싸움에서 한수 접어주는 꼴이 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니퍼트의 팀기여 부분을 존중해왔다. 현재로선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가능성이 높다.
휴식이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이승엽은 슬럼프 탈출 방법 중 하나로 '무작정 쉬기'를 언급한 바 있다. 이도 저도 안될 때는 푹 쉬면서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 실제로 2군에서 휴식과 기본기 다지기를 통해 터닝포인트를 잡은 선수들이 많다. 야수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최형우는 지난 3일 이후 20일 가까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니퍼트 역시 플레이오프 5차전이 생략되면서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1주일 휴식을 갖는다. 체력이 됐든, 심리적인 부분이 됐든 이겨내야하는 상황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뜨겁다. 둘의 활약에 팀의 가을농사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