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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뜨거웠던 2017년 시즌이 10월 15일 공식 종료됐다.
2017년은 롯데의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도(球都)' 부산에 다시 야구 열풍을 불러일으킨 롯데는 명문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공수에 걸쳐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고, '민심'을 사직구장으로 끌어들이는데도 부족함이 없었다.
우선 베테랑과 신진 선수들의 조화가 완벽에 가까웠다. 타선에서는 이대호 강민호 손아섭 등 베테랑들이 앞장서서 팀 분위기를 만들었고, 마운드에서는 박세웅 박진형 김원중 등 '영건들'이 주축 세력으로 성장했다. 송승준 손승락 등 30대 중반의 투수들도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었다.
조쉬 린드블럼은 개인 사정으로 시즌 시작을 함께 하지 못하다 후반기에 전격 합류해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켰다. 특히 린드블럼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올려 큰 경기서도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내야수 앤디 번즈는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2루 수비 실력은 예상했던대로 최고 수준이었고, 다소 염려스러웠던 타격에서도 후반기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며 힘을 보탰다. 일단 이들 3명 모두 재계약이 유력하다.
올 한 시즌을 되돌아보면서 빼놓을 수 없는 롯데의 힘은 조원우 감독의 리더십이다. 지난해 숱한 실수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어려움을 겪은 조 감독은 올시즌 전반기에도 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마운드가 무너지는 바람에 승률 5할에서 '-8경기'까지 추락하는 등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인내와 기다림은 달콤한 열매로 돌아왔다. 레일리-린드블럼-박세웅-송승준-김원중으로 이어지는 선발로테이션, 박진형-조정훈-손승락의 최강 불펜진은 롯데가 후반기 반등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전반기 투수들의 체력 안배에 신경쓴 것이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팀워크와 기본을 강조하는 조 감독의 철학이 선수단에 그대로 투영된 시즌이다.
롯데는 선수단의 '하나됨'을 앞세워 5년만에 관중 100만명을 끌어들이며 재도약할 채비를 끝냈다. 곧 이어질 비시즌 기간 롯데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