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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신임 감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일까. 페넌트레이스가 종료된 지 12일이 흘렀지만 한화는 여전히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후보군을 놓고 고민중이다. 구단의 향후 10년 미래를 결정할 감독이다.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가 가고자 하는 길은 드러내지 않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정표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미 새감독은 이글스 레전드 출신인 A구단 B수석 코치로 내정됐다는 주장이 구단 안팎에서 파다하다. 가을야구를 치러야 하는 A구단의 사정 때문에 포스트시즌 종료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A구단에 민폐를 끼치면 안되고 B수석코치 입장도 살펴야 하는 난감한 지경이라는 뜻.
한화는 지난 13일 11명의 코치에게 재계약 불가통보를 했다. 최태원 수석코치, 나카시마 데루시 타격코치, 양용모 배터리 코치, 이철성 수비코치, 윤재국 주루코치 등 1군 코치 5명. 또 2군과 잔류군에서 임수민 전대영 김응국 신경현 박영태 권영호 코치가 재계약 불가 대상.
전례가 없는 상황이다. 2,3명은 시즌이 끝난뒤 전격 교체되기도 하지만 10명넘는 코치를 감독과 상의없이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화 구단은 "다소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신임 감독과는 전혀 상관없는 구단내부 결정이다. 미리 코치님들에게 재계약 여부를 통보함으로써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새 감독님이 오셨을 때 코치진 인선을 좀더 편하게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기존 코치중에 신임 감독과 친분이 있는 코치도 있을 수 있고, 특히 1군 코치의 경우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보내고 하는 것은 감독의 의중이 80% 이상이다. 신임 감독이 배제된 코치인선은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한번도 없었다.
현재로선 이상군 감독대행의 감독 승격은 거의 물건너가는 모양새다. 후반기 약진을 높이사 '대행 꼬리표'를 떼준 뒤 내년에도 팀을 맡길 요량이면 발표를 늦출 이유가 없다. 이미 일본 교육리그 선수들은 출발했고, 다음달 초면 가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가 시작된다. 캠프 인원을 추려야하는 시기다. 이는 스토브리그 동안 사령탑이 해야할 첫번째 공무다.
한화 구단은 지난달 이미 "신임 감독 발표가 생갭다 늦어질 것"이라며 '밑밥'을 깔았다. 후보를 미국, 일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한달 이상 걸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매번 감독을 낙하산식으로 내려보냈던 한화 그룹도 이글스 구단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 선임 속도를 더 낼 수 상황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는 얘기다. 이글스 구단이 스스로 풀수 없는 상황. 바로 타팀의 가을야구 진퇴다.
지난해 A구단내에선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포스트시즌 준비기간 중에 B코치가 대전에 잠시 머무르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B코치의 한화 신임감독 내정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B코치가 개인일로 대전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프닝에 그쳤다. 당시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의 계약 마지막해를 앞둔 시점에서 가타부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미묘한 시기였다. 한화 구단은 B코치와 연관된 소문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 묘하게 해설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A구단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이다. 또 인재를 영입하려하면 해당팀 팬들이 달가워할 리 만무하다. 한마디로 눈치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