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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낙동강 더비' 준플레이오프.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양팀의 1차전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장 접전 속에 NC가 9대2로 승리했다. NC는 1차전 승리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역대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10번 중 6번 플레이오프에 올라갔다. 최근 5년 간 기록으로 압축하면 5번 중 4번의 높은 확률이다. 양팀의 1차전을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신의 한 수였다. 모창민은 1-0으로 앞서던 4회 2사 후 좌전안타를 치며 출루했고, 도루에까지 성공하며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7번 권희동의 천금의 적시타가 터졌다. 연장 11회 경기가 기울기 전까지 흐름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타점. 모창민은 5-2로 승기를 잡은 11회 장시환을 상대로 스리런포를 찍으며 승리의 축포를 날렸다. 홈런 포함 6타수 3안타 4타점 대활약이었다.
이날 중요한 경기 양팀의 중심타자들은 부진했다. 극도의 압박감을 받는 경기, 자신이 뭔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받는 듯 보였다.
그나마 롯데 이대호가 4번타자로 나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2사 1루서 1, 2루를 만드는 단타였다. 롯데는 리드오프 전준우가 5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것도 뼈아팠다. 전준우에서 출루가 안되니 이대호의 안타가 모두 큰 의미가 없었다.
이날 만큼은 다른 최고 타자들과 비교해도 모창민이 뒤지지 않았다.
야심찼던 손승락 카드의 허점
양팀 선발 조쉬 린드블럼(롯데)과 에릭 해커(NC)의 역투로 팽팽하던 양팀의 경기. 1-2로 밀리던 8회말 2사까지 무기력했던 롯데의 패색이 짙었는데, 대타로 나온 박헌도가 드라마같은 동점 솔로포를 때려내며 사직구장은 열기에 빠졌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여기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동점 상황 9회초 마무리 손승락을 투입한 것. 달아오른 분위기 속 손승락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결승점을 뽑아내겠다는 의도였다. 손승락은 강력했다. 9회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 셧아웃. 10회초도 2사 1, 2루 위기를 맞이했지만 모창민을 삼진 처리하고 포효했다.
손승락 조기 투입이 효과를 얻으려면 그가 던지는 동안 롯데가 결승점을 뽑아야 했다. 조 감독도 9회말 공격이 1번타순부터 시작하는 걸 노리고 손승락을 투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9회와 10회 1번부터 6번까지 타자들이 출루도 하지 못했다.
언제까지 손승락이 던질 수 없었다. 35개의 공을 뿌렸다. 11회초 롯데는 할 수 없이 박시영을 내보냈다. 손승락 공을 보던 타자들의 눈에 박시영의 공은 한결 쉬워 보였다. 선두 지석훈의 2루타가 터지며 NC가 찬스를 잡았다. 폭투로 인한 무사 3루 찬스 이날의 히어로 권희동이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이후 추가점이 나오며 경기는 NC쪽으로 완벽히 흘렀다.
손승락 노림수는 1차전의 중요성을 감안한 모험의 수였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 작전은 실패였다. 더 뼈아픈 건, 많은 공을 던진 손승락이 9일 곧바로 열리는 2차전 제대로 공을 뿌릴 수 있을까의 여부다.
NC를 힘나게 한 창원팬들
양팀의 준플레이오프는 사상 첫 '부산-창원 매치'로 시작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5년 동안 가을야구를 구경하지 못한 구도 부산팬들이 엄청난 티켓 예매 실적을 보여주며 모처럼 만에 '사직 노래방'이 재현될 조짐을 보였다.
부산은 원정팬들 수가 많지 않다. 매진이 될 경우 경기장 전체를 롯데 팬들이 채운다. 거기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함성은 원정팀 선수들을 주눅들게 하기 충분했다. 그동안 여러 다른 팀 선수들이 사직구장 만원 원정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었다.
NC도 겁이 날 수 있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자 3루 내야쪽에 파란 공룡의 물결이 일었다. 홈 롯데 팬들의 숫자에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예상보다 3000여명의 NC 팬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응원 열기에서 절대 밀리지 않았다. 최근 수년 간 사직구장 경기 가장 많은 원정팬 규모였다. NC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경기 외적 중요 변수였다. 지난 5일 홈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만1000석을 매진 시키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던 NC 팬들이 원정지 부산에서 확실한 힘을 보여줬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