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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가야하는데 그러면 이승엽 선배님 은퇴식을 못 볼 수도 있어 고민했어요. 그래서 1년을 더 미루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이승엽을 오랜 시간 지켜본 야구인들은 한 목소리로 칭찬한다. 그는 그라운드 안밖에서 '좋은 선수'이자 '좋은 선후배', '좋은 사람'이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가까이에서 이승엽을 따랐던 삼성 구단 운영팀 신승현씨(22)의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신씨는 선수단 곁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돕는 구단 직원이다. 경기 전 타격 훈련 때 배팅볼을 던져주고, 훈련이 끝나면 그라운드를 정리하는 일이 주 업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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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배는 원정 때 외식을 하러 가거나,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 때, 간혹 영화를 보러 갈 때 신씨를 살뜰하게 챙겼다. 신씨는 "내게 이승엽 선배님은 가족보다 더 많이 보는 분이다. 내게 가족 그 이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고 했다.
올해 1월 개인 사정으로 이승엽의 대구 집에 한달간 지낸적도 있다. "다른 가족들도 있는데 선뜻 집에서 지내라고 하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덕분에 잊지 못할 한 달을 보냈다"는 그는 "감사한 마음에 집안 청소를 도우려다 비싼 청소기를 고장내 오히려 일거리를 만든 일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신씨는 지난해 가을 큰 고민을 했다. 그는 "군대를 가야하는 시기가 왔는데, 입대하면 이승엽 선배님 은퇴식을 볼 수 없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다. 선배님께 직접 여쭤봤더니, '마지막 경기까지 보고 (군대에)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말에 주저 없이 입대를 1년 미뤘다"고 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렵고, 불편했다. 1995년생인 신씨와 1976년생인 이승엽은 19살 차이가 난다. 거의 작은 아버지뻘이다. 신씨는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먼저 장난을 치시면서 편하게 대해주셨다. 이제는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의지하는 분이다"고 했다.
신씨는 "선배님이 미래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항상 돈을 아껴라', '언제 어떻게 잘못될지 모르니까 저축해야 한다'고 내 미래를 걱정해주신다. 요즘에는 곧 입대하니까 '군에서 고생 많이 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신다. 면회도 와주시겠다는 약속했다. 선배님은 늘 본인이 해준 게 없다고 하시지만, 나는 그런 선배님을 은인으로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승엽이 선수로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기에 많은 장면을 마음에 담았다. 신씨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이승엽의 시즌 20호 홈런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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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인생을 '이승엽처럼' 살고싶다"고 했다. 신씨는 가까이에서 본 이승엽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 노력과 승부욕도 대단하고, 괜히 그 위치에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늘 남에게 베푸는 분이다. 내가 선배님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남에게 베풀고 남을 감싸면서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다짐했다.
신씨는 10월 24일 현역 입대할 예정이다. 야구장 안팎에서 켜켜이 쌓은 대선배 이승엽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품고서.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