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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놓칠 수도 있는 위기에 빠진 KIA 타이거즈. 온통 팀 전체를 흔드는 요소 뿐이다. 이럴 때일 수록 시즌초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역대 80승에 선착한 14개팀은 모두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는데, 시즌이 끝나가도록 안심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위기설'이 매번 KIA를 쫓아다닌다. 'KIA 위기', '우승 빨간불', '우승팀 아직 모른다'와 같은 내용의 언론 기사들이 매일 쏟아지고, '우승 9부 능선 넘었다'던 여론도 '역대 최악의 1위팀'이라며 차갑게 돌아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받는 압박과 부담감은 상상 그 이상이다. 최형우와 이범호, 김주찬, 나지완 등 9월 들어 타율이 2할대로 뚝 떨어진 타자들은 타석에서의 스트레스가 없을 수가 없다. 특히 4번 타자 최형우는 유니폼 하의 양말을 끌어올려 '농군 패션'으로 입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긴 바지를 착용하는 등 슬럼프 탈출을 위해 갖은 노력 중이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김선빈과 로저 버나디나는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선발로 뛰고 있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다.
원래 쫓는 사람보다 쫓기는 사람의 심리적 압박이 훨씬 더 큰 법이다. 두산은 5위에서 공동 1위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설령 역전 우승을 못한다고 해도 그만이다. 반면 줄곧 1위를 달리던 KIA는 우승을 놓치면 잃게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중위권에서 2위로 올라와 시즌을 마치는 것과 1위를 하다가 2위로 시즌을 마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부담과 압박이 타석과 마운드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KIA는 시즌 초반 거침 없이, 신나게 야구했던 모습을 잃었다. 1구, 1구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훨씬 더 많다. 지금의 결과가 보여주듯, 그렇게 중압감을 느끼면서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아직 6경기가 더 남아있다. 또 아직 공동 선두다. 1위를 완전히 내준 것도 아니다. 더 높은 우승 확률은 여전히 KIA가 쥐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