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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 정도의 몸값을 받을 선수가 절대 아닌데, 너무 당연하게 액수를 부르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미국을 찾았던 한 스카우트의 이야기다.
예전과 비교하면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나 몸값이 크게 올랐다. 이제 빅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는 흔하고, 꽤 이름을 날렸던 주전급 선수들도 심심치 않게 한국땅을 밟는다. 외국인 선수 연봉 제한선이 사라지면서 발표되는 공식 연봉도 2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장수 외인'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가 210만달러(약 23억6000만원)로 역대 최고액이고, NC 다이노스 제프 맨쉽과 한화 이글스 알렉시 오간도가 180만달러(약 20억원),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170만달러(약 19억원)가 그 뒤를 잇고있다. 제한선이 있을 때에도 옵션 등을 포함해 10억원대 몸값이 왕왕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제는 20억원을 훌쩍 넘는 시대가 열렸다.
리그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한국행을 거절하는 선수가 많았다. 잘 알려진 일본에 비해 한국리그는 '빈약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머니 게임'에서도 일본에 크게 밀렸다. 아시아야구에 도전하는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 선수들이 먼저 관심을 갖는다. KBO리그에 가면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제대로 생겼다. 한국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들이 미국이나 도미니칸 윈터리그에 돌아가면, KBO에 대해 많은 것들을 질문하며 관심을 보인다. "구단을 소개해달라"는 부탁도 심심치 않게 한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역효과도 분명히 있다. 외인 농사에 한 시즌이 좌우되는 구단 입장에서야 울며 겨자먹기로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지만, 베짱을 튕기며 고자세로 나오는 일부 외국인 선수들의 태도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