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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두산-롯데전, 선수-심판-야구팬 모두가 패한 날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7-08-30 15:14


2017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5회초 롯데 박헌도의 타구를 잡아낸 두산 김재호가 김재환과 충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8.29.

두산 베어스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했다. 1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는 1.5경기차로 유지했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명승부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승리한 팀도, 패한팀도 씁쓸한 날이 됐다.

김재호, 중요한 때 아쉬운 부상

김재호는 이날 1번-유격수로 선발출전해 1회와 4회 안타를 쳐내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4-3으로 앞선 5회초 2사 후 김재호는 박헌도의 3루쪽 파울플라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함께 달려오던 좌익수 김재환과 부딪혀 구르며 왼쪽 어깨를 다쳤다.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서 고통을 호소하던 김재호는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온 구급차에 실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결과 왼쪽 어깨 관절 주위에 인대 손상이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재호는 허리 부상으로 지난 달 3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가 지난 14일 복귀한 바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심판


2017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만루서 2루주자 김재환이 민병헌의 내야 땅볼 때 3루서 세이프 되자 롯데 조원우 감독이 최수원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8.29.
어설픈
심판 판정, 승부를 결정짓다

이날은
심판의 판정 하나가 치열한 혈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7회말 류지혁의 동점 솔로 홈런으로 5-5가 된 상황에서 1사 후 박건우와 김재환 그리고 에반스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해 롯데는 만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다.


이 때 바뀐 투수 조정훈은 민병헌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할 기회였다. 그런데 유격수 문규현의 선택이 의아했다. 2루-1루가 아닌 홈을 선택한 것. 심지어 문규현의 송구가 좀 높았고, 포수 강민호는 점프해 공을 잡고 홈을 밟아 3루주자를 아웃시켰다. 1루가 늦었다는 판단을 한 강민호는 3루로 던졌다. 공이 3루수 김동한의 글러브로 들어온뒤에 2루주자 김재환이 3루를 밟았다. 아웃타이밍.

박근영 3루심은 잠깐의 시간을 보내더니 아웃을 선언했다. 곧바로 김재환과 3루 주루코치가 강력하게 반응하며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는 시그널을 보내자 박
심판은 곧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세이프로 번복했다. 김동한이 3루를 밟지 않고 공을 잡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조원우 감독은 "아웃이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시 요청한 비디오 판독 역시 신청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이를 두고 한동안 조 감독의 항의와
심판진의 설명이 계속됐다. 약 8분간의 항의 끝에 경기가 재개됐지만 경기 흐름이 끊겨서였을까. 조정훈은 오재일과의 승부에서 2구째 폭투를 범했고, 3루주자 김재환이 홈을 밟아 롯데는 5-6으로 역전당했다. 이후 롯데는 8회말 1실점을 더한 후 맥없이 패했다.


2017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가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공수 교대 때 두산 김재환을 향해 일부 관중들이 욕설을 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8.29.
'쌍팔년도 관중 추태' 재현되다

이날은 관중들도 '후진적'인 양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판의 판정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자 롯데팬들도 광분했다.

8회초 롯데 공격이 시작되자 외야에 있던 한 관중이 좌익수 자리에 있던 김재환에게 욕설을 퍼부어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7회말 3루에서 세이프가 된 김재환이 관중들의 괜한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너무 많은 관중들이 욕설을 해대자
심판은 퇴장없이 김재환을 다독이며 경기를 속행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3루 쪽 관중석이 문제였다. 김재환을 가리켜 "X재환"이라고 비꼬는 구호를 연이어 외치기 시작한 것. 이 때 흥분한 오재원이 화를 참지못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 끝난 후에도 롯데팬들과 두산팬들이 목소리를 높여 욕설을 섞어가며 감정 싸움을 해 진행요원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2017년 8월 29일은 KBO리그에서 선수와
심판 그리고 관중까지 모두 패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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