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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날갯짓을 멈췄다. 가장 큰 이유는 시즌 전체를 흔들고 있는 줄부상 때문이다. 신예, 베테랑, 외국인 선수 가릴 것 없이 다쳐나간다.
올시즌 한화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전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부상은 외국인 투수 둘이다. 오간도는 복사근 부상으로 지난 6월 9일부터 부상 복귀전(8월 9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꼭 두 달을 쉬었다. 시즌의 3분의 1 가량을 통째로 허송세월했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두차례 팔꿈치 통증과 벤치클리어링 몸싸움으로 손가락 인대를 다쳐 두 달여를 쉬었다.
오간도는 5승4패(평균자책점 3.26), 비야누에바는 3승6패(3.67)를 기록중이다. 180만달러의 오간도, 150만달러의 비야누에바는 8승 합작에 그치고 있다. 둘은 훈련방식, 불펜피칭 갯수, 등판간격 등 모든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구단에선 고액을 주고 데려온 둘을 애지중지했다. 부상 치료 등을 이유로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도 구단은 흔쾌히 허락했다.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는 성격 좋고, 친화력 좋고, 매우 겸손하다. 그럼에도 공은 공, 사는 사다. 한화는 강력한 이닝이터 원투펀치를 원했지만 결국은 허사였다. 둘의 부상전력과 불펜에서 선발로의 급격한 전환 등 변수를 간과했던 것이 패착이다.
야수쪽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처참해진다. 한화에선 '전염병(?)'으로 통하는 햄스트링(허벅지) 부상은 안 다친 선수를 찾는 것이 더 빠르다. 내야수 하주석, 외야수 이성열, 포수 허도환이 햄스트링 부상중이다. 김원석 최재훈 김태균 송광민 정근우 로사리오까지 모두 9명의 야수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했고, 지금도 치료를 받아가며 출전한다.
허슬플레이와 과감한 베이스러닝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외에도 이용규의 오른손목 골절(두달) 등 부상 악몽은 끝이 없다.
'선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선수'가 없을 뿐이다. 외부 FA도 좋고, 유망주 발굴도 좋지만 부상에 대한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돈만 쓰고 결과물은 구경도 못하게 된다. 한화의 올시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