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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목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2017시즌 가을야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매일 펼쳐지는 승부. 잠시 잊고 있다가도 문득 되새겨지는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 무거운 현실이다.
한화의 지난 4년은 시행착오의 시간들이었다. 4년간 대규모 투자의 시작을 알리며 팀 개조에 나섰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외부 FA 영입은 마음만 앞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전력을 보강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려 보려 했지만 수년간 가던 길을 곧바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많은 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박종훈 단장을 영입하며 육성 기조를 강조했지만 이 역시 김성근 감독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지난 5월 23일 김성근 감독의 중도하차는 기존 노선에서의 갑작스런 이탈을 의미한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팀을 맡았을 때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었다. 구단은 시즌 마지막까지 대행체제 유지를 선언하며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는 차선책. 대행은 어디까지나 대행이다.
한화는 남은 43경기를 어떤 마음으로 치러야 할까. 승리의 기쁨을 선수들, 코칭스태프, 팬들 모두 잊어버리지 않게 해야한다. 프로야구단의 첫번째 존재 이유는 정정당하게 싸워, 이겨, 팬들에게 행복을 안기는 것이다. 느슨해지고, 자포자기하는 시즌 종반 1경기와 가을야구 합류를 위해는 사활을 거는 1승이 같을 순 없다. 하지만 팬들이 지불하는 입장료는 동일하다. 선수들의 기록도 마찬가지고, 팀에 쌓이는 역사도 똑같은 1경기, 1승, 1패다.
대전구장을 찾는 팬들이면 다 안다. '우리'는 올해도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도 '오시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은 다시 스파이크 끈을 바싹 당길 때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