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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지명 순서가 중요해? kt 신인 안치영 성공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8-02 21:00


사진제공=kt 위즈

"근성있는 모습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넥센 히어로즈 고졸신인 이정후의 돌풍이 대단하다. 정말 오랜만에 19세의 어린 선수가 놀라운 경기력을 발휘하며, 선배들을 제치고 팀의 주축 선수로 당당히 자리잡는 모습에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 무대에서 '생짜 신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입단은 오래 전에 했지만, 1군 무대에서의 활약은 늦은 '중고 신인'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고졸 신인들은 더욱 그렇다. 점점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하기에는 힘도, 기술도 부족하다. 최근에는 구단들이 고졸 신인 선수를 영입한 후 아예 2~3년 간의 육성 기간을 기본적으로 책정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낯선 이름의 선수 1명이 1군 등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인공은 kt 위즈의 안치영. 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51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았다.

안치영의 콜업이 의미있는 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콜업이었다는 점이다. 이정후의 경우 이종범 MBC 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이고, 넥센에 1차지명을 받아 입단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안치영은 위에서 언급했 듯이, 전체 51순위로 존재감이 없었다. 프로필상 키 1m76, 72kg으로 표기돼있지만 실제로 보면 체구는 더욱 작아 보인다.

kt 김진욱 감독은 최근 안치영만 보면 흐뭇하다. 대주자로 활용하기 위해 콜업했는데, 막상 투입을 해보니 공격-수비 모두에서 당찬 플레이를 해서다. 김 감독은 "희생번트를 지시했는데, 마치 수십 번 대본 선수처럼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더라. 선배들도 대기 힘든 게 희생번트다. 그리고 2군 보고대로 발도 빠르고, 주루 센스도 매우 뛰어나다. 수비도 좋다. 신인 선수가 2루, 3루, 유격수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눈빛이다. 소위 말하는 독기가 보인다. 아주 당차다"고 칭찬했다. 8타석에 나서 6타수 무안타지만 희생타 2개가 있다. 성적보다 신인답게 열심히 뛰는 모습이 김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야 전포지션 백업에 대주자 역할까지 되니 활용도가 매우 높다.


사진제공=kt 위즈
난생 처음 취재진 앞에 선 안치영은 김 감독의 말대로 씩씩했다. 물론 아직은 학생 티를 완전히 벗어내지는 못했다. 1군에 와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물으니 "익산(kt 2군 홈)에 있는 것보다 덜 더운 게 최고로 좋다"며 웃는다.

안치영은 자신이 장점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수비는 내야 전포지션 자신있다. 초등학교 때 육상 대표로 100m를 13초 대에 뛰었다. 그 이후 정확히 측정은 못해봤는데, 주루 플레이도 열심히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언제든 근성있는 모습은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치영은 이어 "어렸을 때부터 박경수 선배님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선배님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배우는 게 많다"고 밝혔다. 이어 "1군에 콜업이 될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하며 운동했다. 그저 2군에서 열심히 하고 있었다. 처음 1군에 올라가라고 하셨을 때 믿지 않았다. 그런데 1군행이 진짜 실현되니 꿈만 같았다. 선수단에 합류하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후 정신 차리고 지금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선배들의 뒤를 받치는 백업이다. 또, 언제 다시 2군에 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치영에게 2017년 여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계절이 될 것이다. 먼저 뽑혔느냐, 늦게 뽑혔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같은 프로 유니폼을 입으면 동일 선상에 서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누가 먼저 목표에 도달하는지는, 간절함과 절실함에 달렸다. 이정후와 함께 유일하게 10개 구단 1군 엔트리 '생짜 신인'으로 이름을 올린 안치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동기들이 1군행을 꿈꾸며 운동하는 가운데, 자신의 1군행 소식을 듣고 많은 축하를 보내줬다고 한다. 상위 순번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 동기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1군에 데뷔했다는 자체가 안치영에게는 큰 영광이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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