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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벌써부터 고민이다. 올시즌이 끝나면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인 정근우(35)-이용규(32)는 두번째 FA가 된다. 과연 둘 다 잡느냐, 한 명만 잡느냐. 한 명만 잡는다면 누굴 선택하느냐. 아니면 리빌딩 속에 둘 다 포기하느냐.
필요에 따라선 둘 중 한명만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구단 내부에서 나온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2014시즌을 앞두고 각각 4년간 70억원, 67억원에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정근우는 SK 와이번스, 이용규는 KIA 타이거즈를 떠났다. 약 4년 동안 둘은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에 맞먹는 사랑을 받았다. 둘 다 주장을 역임했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대단했다. 정근우는 국내 정상급 2루수비, 이용규는 폭넓은 중견수 수비를 과시했다.
정근우는 악바리 정신으로 올시즌도 '여전히 정근우'라는 얘기를 듣게 한다. 지난 시즌에 앞서 무릎 수술을 했지만 빠르게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결정적인 순간에 아쉬운 수비가 몇 차례 나왔다. 이상군 대행은 "피로가 쌓인 상태다. 쉬게 해주고 싶어도 팀사정이 만만치 않다. 정근우 본인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감독 입장에선 고마운 선수"라고 제자를 감쌌다.
걸림돌이 있다면 금강불괴 같았던 몸이 30대 중반의 나이와 함께 다소 약해졌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정근우도 36세가 된다.
이용규는 크고 작은 부상이 잦았다. 지난해는 종아리 사구 부상, 올해는 팔꿈치 부상과 손목 골절 부상으로 두달 넘게 쉬었다. 올해는 유독 부상으로 울상이다.
2014년 한화 첫해에 타율 2할8푼8리 20타점 12도루, 2015년 타율 3할4푼1리 4홈런 42타점 28도루, 2016년 타율 3할5푼2리 3홈런 41타점 21도루를 기록했다. 올시즌은 타율 2할5푼3리 5타점 7도루.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입은 팔꿈치 부상 여파로 시즌 준비에 차질이 있었고, 팀에 뒤늦게 합류해 피치를 올릴 시점에서 오른 손목골절로 두달여를 쉬고 말았다.
이용규의 최고 장점은 비교적 젊은 나이다. 내년이 돼도 33세다. 최근 국내 야수들 추세를 감안하면 30대 중반은 충분히 수년간 제몫을 해낼 수 있다. 단점은 부상으로 인한 공백이다. 지난 4년간 104경기-124경기-113경기-25경기(총 95경기중)를 뛰었다. 내구성에 대한 의문이 늘 뒤따른다.
전력에 미치는 영향은 이용규보다는 정근우가 상대적으로 크다. 정근우는 대체자원이 거의 없고, 이용규는 100% 대체는 아니어도 김원석 양성우 등 뒤를 받칠 외야수들이 있다. 한화는 수년전부터 정근우 대체자 육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FA몸값 이상으로 보상선수 출혈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납득하기 힘든 젊은 유망주 수출에 대해선 구단안팎에서 비난이 끊이질 않는다. 현재로선 타구단으로의 이적보다는 한화와의 재계약 협상 가능성이 크다. 계약 기간 조정이나 몸값 협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힘든 고민도 피할 수 없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