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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을 모두 다 들어줄 수가 없으니까 정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거절하죠."
하지만 올해는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KIA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광주를 비롯한 전남 지역 전체에서 야구 열기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저녁이 되면 시내의 거의 모든 상점들이 야구 채널을 틀어놓고, 식사를 하면서 TV 화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때문에 주말 경기 때는 챔피언스필드가 위치한 임동 일대가 극심한 교통 체증에 빠진다. 주차 공간이 여유있는 편이 아니라서 야구장 주변은 주차를 하려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롯데전이 열린 22일에는 섭씨 33~34도에 육박하는 폭염이었지만, 아랑곳 않고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경기 시작 3시간여 전부터 매표소 앞에 줄을 서있는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당연히 구단 관련 물품 판매량도 부쩍 늘었다. KIA 선수단 용품 공식 후원사 '마제스틱' 집계로는 유니폼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최형우 김선빈 양현종 등 주축 선수들의 이름을 마킹한 유니폼이 최고 인기다. 유니폼 이외의 용품과 사설업체 물품까지 포함하면 증가폭이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이렇다보니 김기태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선수단 그리고 프런트 직원들까지 표 부탁을 엄청나게 받는다. "사돈의 팔촌까지 부탁을 한다"는 게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김기태 감독도 예년보다 훨씬 많은 표 청탁을 받다보니 감당할 수가 없단다. 김 감독은 "많이들 부탁을 하는데, 다 들어주고 싶어도 그러기가 힘들다. 특히 많은 팬들이 직접 인터넷 예매로 표를 구해서 오시지 않나. 이미 팔린 표가 대부분이다보니 감독인 나도 표를 구할 수 없다. 친한 친구들의 부탁도 못 들어준다"며 껄껄 웃었다.
중계 방송 시청률도 KIA 경기가 단연 1위다. 방송사들은 한 주 6연전 선택권이 주어지는 1순위가 되면 죄다 KIA 경기를 중계한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다. 모두 팀 성적이 좋아서 생긴 현상이다. 광주가 야구 열기에 들썩이고 있다.
광주=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