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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규민이 불펜으로 경기에 나왔을까.
하지만 이는 즉흥적인 일은 아니었다. 우규민은 22일 LG전 선발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는 경기 직전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취소되고 말았다. 일찍부터 비가 내렸다면 우규민도 컨디션 조절을 했을텐데, 당연히 경기에 들어갈 지 알고 불펜 피칭 등 경기 전 해야하는 모든 루틴을 소화했다. 실전은 치르지 않았지만, 투수 입장에서 상당한 체력 소모가 생기는 과정이었다.
삼성의 23일 선발은 김대우였다. 김대우도 훌륭한 잠수함 투수지만, 냉정히 무게감을 비교하자면 우규민이 훨씬 위다. 그리고 같은 옆구리 투수를 낼 거라면 당연히 둘 중 우규민을 선택하는 게 순리였다. 하지만 삼성이 우규민에서 김대우를 선발로 바꾼 것은 위의 이유가 있었다. 경기 준비 과정에서 힘을 빼 선수 본인이 23일 경기 선발로 등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코칭스태프에 호소했다. 그 대신 불펜으로는 충분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리고 결과도 좋았다. 우규민이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주는 동안, 삼성은 6회말 3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삼성은 10대6으로 승리하며 LG의 7연승 도전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규민 개인에게도 힐링 타임이었다. 지난달 1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무려 2달 가까운 시간 동안 승리가 없었는데,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시즌 4승(5패)째를 따내게 된 것이다. 다음 선발 등판은 조금 더 부담을 덜고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마지막 투구 후 우규민은 마운드를 내려오며 몸이 조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는데, 큰 문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애당초 2~3이닝 정도 투구를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는 게 삼성쪽의 설명이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