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시즌 KIA 타이거즈의 행보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김기태 KIA 감독은 최근 "선두 질주는 예상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고 했다. KIA 구단 관계자들도 "팀 로드맵이 2~3년 당겨진 상황"이라고 말한다. 리빌딩 과정 중에 전력이 급상승했다는 얘기다.
감독의 야구철학도 다르다. 2009년 KIA를 이끌었던 조범현 감독은 관리야구의 대가다. 김기태 감독은 자율야구를 지향한다. 두 사령탑의 지도방식은 대척점에 위치해 있다. 한국시리즈를 향해 달려가는 길. 그때와 지금. 길도 다르고 주위 풍광도 천양지차다. KIA는 8년 만에 같은 종착역, 같은 꿈을 꾸고 있다.
2009년 하나(김상현) VS 2017년 셋(최형우 이명기 김민식)
쉬어갈곳 없는 타선이지만 지난해만 해도 방망이는 KIA의 최대고민이었다. 지난해 팀 타율 9위, 2015년 팀 타율 꼴찌. 마운드 힘으로 버티던 팀이었고, 허약한 방망이 때문에 불과 1년전만 해도 양현종은 불운의 에이스로 불렸다.
변화의 출발은 최형우였고, 신의 한수는 트레이드였다. KIA는 지난해 말 최형우를 FA로 영입했다. 4년간 100억원을 줬다. 투자가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최형우는 타율 3할6푼9리에 20홈런, 77타점을 기록중이다. 그에겐 타선을 통째로 바꿀만한 폭발력이 있다. 클러치 능력 뿐만 아니라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팀배팅이 눈에 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명기는 확실한 테이블세터 역할을 해내고 있고, 포수 김민식은 수비에서의 견고함 뿐만 아니라 하위타선에서 필요할 때 적시타를 더한다. 브렛 필을 포기하고 새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시즌 초반 걱정을 모두 잊게 만들었다. 버나디나는 타율 3할2푼1리에 15홈런, 64타점, 19도루로 전천후 활약중이다. 완전무결한 외야수비는 덤이다.
2009년에도 KIA는 의미있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바 있다. 김상현을 LG 트윈스로부터 트레이드해 왔다. 투수 강철민을 LG에 주고 내야수 박기남과 함께 외야수 김상현을 영입했다.
그해 김상현은 4월 26일 삼성 라이온즈 안지만에게 만루홈런을 터뜨린 이후 대폭발했다. 당시 김상현은 타율 3할1푼5리에 36홈런, 127타점으로 홈런왕-타점왕 동시석권과 시즌 MVP를 품에 안았다. 그는 최희섭과 함께 팀공격을 주도했다. 2009년 KIA타선이 핵을 중심으로 필요할 때 제때 터졌다면 2017년 KIA타선은 시도때도없이 연쇄폭발을 일으킨다.
2009년 무결점 마운드 VS 2017년 불펜 고질
2009년 KIA는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14승5패)와 릭 구톰슨(13승4패) 양현종(12승5패) 윤석민(9승4패7세이브)이 버틴 선발진과 평균자책점 0점대 마무리 유동훈(6승2패10홀드22세이브, 평균자책점 0.53, 구원왕) 손영민(5승2패12홀드, 평균자책점 2.97, 홀드왕) 곽정철(5승4패7홀드2세이브)이 불펜을 책임졌다. 밸런스가 좋은 마운드였다. 팀 평균자책점은 3.92로 SK 와이번스(3.67)에 이어 2위였다.
올시즌은 도깨비 마운드다. 헥터 노에시 양현종 임기영 팻 딘이 버티는 선발진은 강하지만 불펜은 혼돈속에 빠져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4.79로 5위, 선발 평균자책점은 4.03으로 LG 트윈스(3.89)에 이어 2위. 하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6.38로 전체 꼴찌다.
불펜 고질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김윤동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불펜요원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번에 겨우 한번 정도 버텨주는 불펜으로도 놀라운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마무리 임창용은 2군에 다녀와서도 흔들리기는 매한가지. 임창용은 5승4패6세이브, 평균자책점은 4.88이다. 블론세이브는 3개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71에 이른다.
최대한 오래 버텨주는 선발진과 경기막판까지 상대를 처함하게 짓눌러버리는 천하무적 방망이가 흔들리는 불펜을 지탱하고 있다. 감독들은 늘 장점보다 단점 해결을 우선시한다. 단점이 두드러지면 전력강화를 시도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기 때문이다. 2017년 KIA는 이같은 속설마저도 무색케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