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는 박세웅이라는 좋은 표본을 두고, 과연 어떤 육성 철학을 보여줄 것인가.
박세웅은 올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가 아니다.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영광이 있었다. 2014년 kt 위즈의 1차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 2015년 1군 데뷔 첫 해 5월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는 이 젊은 유망주에게 무한한 기회를 줬다. 첫 해 31경기(선발 21경기) 성적 2승11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참혹했다. 그러나 당시 이종운 감독은 "투수가 크려면 얻어 터지는 것도 해봐야 한다"며 박세웅 투입을 밀어부쳤다. 지난해 조원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7승12패 평균자책점 5.76에 그쳤지만 투구 이닝은 2015년 114이닝에서 139이닝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두 시즌 시행착오를 겪자 박세웅 스스로 1군 무대가 어떤 곳인지 깨우쳤다는 분석이 많다. 2시즌 풀타임 경험으로 한 경기, 그리고 한 시즌 어떻게 힘 분배를 하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지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다. 경험이 선수를 만든다는 걸 증명한 사례다. 박세웅 본인도 "두 시즌 풀타임 경험을 하며 깨달은 게 있다. 결국 선발은 줄 점수는 주고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세웅 뿐 아니라 KIA 타이거즈에서 성공 신화를 열었던 윤석민 사례도 참고가 될 만 하다. 윤석민도 한국 최고의 투수가 되기 전 2007년 선발 전환 첫 해 7승18패 최다패 투수 굴욕을 맛본 경험이 있었다.
결국 문제는 성적이다. 김원중과 박진형이 계속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면 어떤 코칭스태프라도 계속 경기에 내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떨어지고, 상대 타자들에 맞아 나가니 뺄 수밖에 없다. 던질 투수는 없고 이기기는 해야하니 결국 10일 휴식 후 로테이션 합류, 불펜 전환 등의 고육지책 등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코칭스태프의 문제 만으로 몰고갈 수도 없다. 만약, 감독이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마음 먹고 선수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면 젊은 투수들에게 계속해서 선발 기회를 줬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언제 경질이 될 지, 아니면 시즌 후 재계약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없을 지 모르는 가운데 마음 편히 선수 육성에만 힘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구단이 확실한 방향을 현장에 제시해줘야 한다. 미래를 보고, 팀을 더욱 탄탄히 만들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롯데의 최근 수년 행보를 보면 그럴 마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전력은 제대로 만들어주지도 않고, 그저 현장에 성적만을 외친다. 성적이 안나면 "성적도 안나면서 선수도 못키우느냐"라고 지적한다. 그러면 현장은 조그해진다. 갈팡질팡 야구가 나온다. 이러니 야구가 잘 될리 없다.
롯데는 박세웅이라는 좋은 성장 표본을 갖고있다. 또 김원중, 박진형, 박시영 등의 젊은 롯데 투수들은 박세웅과 비슷한 행보를 걸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투수들이다. 다른팀 투수도 잘 되면 보고 배워야 하는 세상인데, 자신들의 팀에 이런 선수가 있음에도 제 2의 박세웅을 키우지 못한다면 이는 참 한심한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