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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황재균이 돌아온다고 해도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을까.
하지만 선수는 감독이 데려오는 게 아니다. 구단 프런트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선수를 데려오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선수가 욕심을 버리고 싼 값에 복귀를 마음먹는다면 모를까, 생애 한 번 뿐일 수 있는 FA 대박의 기회를 쉽게 날리고 싶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돌아온다면 대우를 받고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먼저 롯데는 대외적으로 "황재균이 국내 복귀를 선언하면 영입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먼저 이대호를 잡는데 1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여기에 올시즌이 끝나면 강민호, 손아섭이 동시에 FA 자격을 얻는다. 이 상황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쓰는 게 쉽지 않다. 현재 돈이 없어 외국인 선수도 못바꾸고 있는 롯데다. 시즌 도중 교체 외국이 선수를 데려오는데는 아무리 많이 써도 100만달러가 넘어가지 않는다.
kt도 마찬가지다. 지난 FA 시장 황재균 영입을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그룹으로부터 확보했다. 하지만 그 돈은 이제 없다. 그룹의 돈은 쓸 수 있을 때와 없을 때 상황이 완전히 나뉜다. kt 관계자는 "시즌 중 그룹 예산 중 수십억원을 야구단이 가져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특히, 공기업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는 kt는 다른 구단에 비해 자금 운용 유연성이 더욱 떨어진다. 그리고 최근 정권 교체 이후 대기업들이 돈을 함부로 쓰기 힘든 분위기도 야구쪽에는 악영항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을 29일(한국시각)자로 빅리그에 콜업했다. 코너 길라스피의 부상으로 황재균이 극적인 기회를 잡은 것이다. 황재균으로서는 꿈을 이룬 것이기에 기쁜 일이고, 국내 복귀 등의 고민으로 머리 아플 일이 없어 더욱 좋다. 150만달러의 연봉도 보장받는다.
황재균보다 더 좋을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최근 영입전 입에 오르내리던 롯데, LG,kt 구단 관계자들이었을 것이다. 황재균 영입에 밀리면 팬들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 황재균이 돌아올 일이 없으니 속 편한 상황이 됐다. 반대로 현장 감독들은 아쉬운 입맛을 다실 수 있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