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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부진 탈출에도 그는 수건을 놓지 않았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6-17 21:47



땀과 노력이 양현종을 배신하지 않을 것인가.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던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경기는 홈팀 KIA의 4대3 역전승으로 끝을 맺었다. 만원 관중의 열기가 채 식지 않은 경기장. 조명이 꺼지고 여기저기서 경기장 정리가 한창이었다.

이 때 한 선수가 수건 한 장을 들고 외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외야 펜스를 따라 수건을 들어 쉐도우 피칭을 계속 이어갔다. 투구 동작을 취하면 한족장 정도 이동할 수 있으니, 외야 펜스 좌측 끝에서 우측 끝까지 피칭 훈련을 이어가는 데 한참이 걸렸다. 해는 졌지만 폭염 경보가 발령된 무더운 날씨, 그리고 모두가 퇴근한 시간 혼자 땀을 흘리는 선수는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개막 7연승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SK 와이번스전 7이닝 3실점 경기 이후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만을 당했었다. 밸런스가 무너졌다, 체력이 떨어졌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돌았다. 22억5000만원을 받는 최고 투수 입장에서 이런 부진에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었다. 양현종은 이를 훈련으로 극복하려 했다. 이날 했던 쉐도우 피칭을 한참 전부터 시작했는 게 KIA 관계자들의 귀띔. 그리고 1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1실점 승리투수가 되며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KIA 김기태 감독은 이런 양현종에 대해 "힘든 시간을 잘 견뎌 대견하다. 개막 후 너무 빨리 정점에 올랐다. 급하지 않게 다독였다. '나는 양현종이다. 강한 양현종이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답답했지만, 선수 본인이 그 누구보다 가장 답답하고 힘들 것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래서 다른 말 없이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다. 그리고 양현종은 이런 김 감독의 마음에 롯데전 승리로 보답했다.

그렇게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고 승리를 했다면, 긴장이 풀리고 방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누가 보지 않아도, 또다시 텅 빈 경기장에서 혼자 수건과 씨름을 했다. 바닥을 찍은 양현종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만 같은 이유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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