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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스토리]오재원 퇴장 막전막후..."아쉬움 표현" VS "어감이 달라"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7-06-11 21:37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몇번째냐고 몇번째…."

두산 베어스 오재원의 불만이 폭발했다. 그동안 쌓였던 것이 한 번에 터져나왔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면서 심판 판정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있다. 이는 오재원 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재원은 1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8번-2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5회 선두타자 닉 에반스가 좌전 2루타로 출루한 상황. 두 번째 타석에 선 오재원은 풀카운트에서 문승훈 구심이 상대투수 강동호이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 선언하자 불만을 표출했다. 오재원은 강동호의 백도어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빠졌다고 생각했지만, 문 구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오재원과 문 구심의 오해가 시작된다. 오재원은 삼진 선언을 당하자 "아!" 라고 외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 주심은 "아이X"로 듣고 곧장 퇴장을 선언했다. 문 구심은 "'아이X'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쉬워서 하는 소리와 어감이 달랐다"고 했다. 문 구심 입장에선 어떤 판정을 했더라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퇴장감이란 생각이다.

오재원은 퇴장 선언을 당하자 "욕 안했다고요"를 외치며 더 과격하게 항의했고, 강동우 코치와 김태형 감독이 직접 나와 오재원을 막아섰다. 분을 삭이지 못한 오재원은 더그아웃에 들어가며 헬멧을 던졌다. 더그아웃에서도 "말이 되는 걸 째야(삼진 선언을 의미하는 야구 은어)될 것 아니야. 몇번째냐고 몇번째…"라고 외쳤다. 이렇게 오재원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헤드샷을 제외하곤 8번째로 퇴장당하는 선수가 됐다.

오재원의 언급을 보면 이번 사태는 단순히 어감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쌓여있던 것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오재원과 문 구심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지난 달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오재원은 3회 상대 선발 박종훈의 바깥쪽 공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당시에도 오재원은 문 구심에게 항의했고 강동우 코치가 말려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래서인지 11일에도 긴장감은 계속됐다. 이날 오후까지도 오재원은 오재원 나름대로 불만이 남아있었고 문 구심도 아직 '괘씸죄'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먼저 손길을 내민 것은 역시 오재원이었다. 오후 2시께 경기장에 나온 오재원은 문 구심이 경기장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심판실로 향했다. 하지만 첫 대면에서 이들의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오재원도 섭섭한 점을 미처 모두 말하지 못했고 문 구심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서로 감정을 추스릴 시간을 가진 후 구단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마련한 두번째 대면에서 이들은 장시간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털어냈다. 두산 관계자는 "30분 넘게 대화를 했고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을 말끔하게 해소했다"고 했다. 일촉즉발의 순간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준 것이다.

이날 오재원의 항의가 과격한 면도 있었지만, 그동안 쌓인 불만이 폭발한 것이어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오재원 뿐만 아니라 타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넓어진 것은 상관없지만 들쭉날쭉한 스트라이크존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일관성이 유지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오락가락하다보니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팬들사이에선 요즘 '별 모양 스트라이크존이 나타났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은 전적으로 심판의 영역이라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무조건 항의하는 선수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심판진들도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울산=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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