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위크엔드스토리] 'SK 새 바람' 힐만 "서번트 리더십으로, 에너지 주고 싶다"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7-05-04 22:43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SK가 NC를 상대로 9대2 승리하며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힐만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4.08

3월 31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KBO리그 개막 경기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개막 행사를 펼쳤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그라운드에 등장하고 있는 힐만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31

2017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가 7-4의 승리를 거두며 6연승을 달렸다. 힐만 감독이 마무리 서진용의 뺨을 만지며 기뻐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4.18/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54)은 KBO리그 세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2000년대 중 후반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일본 국적자인 송일수(이시야마 가즈히데) 전 두산 베어스 감독에 이어 외국인 지도자로는 세 번째로 한국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송 전 감독이 재일교포 출신이니 두 번째 외국인 감독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지난해 6위에 그친 SK는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사령탑 교체를 결정했다. 여러 지도자를 높고 고민하다가 힐만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를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힐만 감독은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을 역임했다. 싱글 A부터 트리플 A까지 다양한 레벨의 마이너리그 팀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또 텍사스 레인저스 육성 디렉터를 거치는 등 선수 육성에도 일가견이 있다. 아무래도 SK는 그가 아시아야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을 것이다.

정규시즌 개막 후 한달 정도밖에 안 지났지만, 와이번스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막전부터 6연패를 당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치고 올라가 중위권을 지키고 있다.

힐만 감독은 한국인 지도자와 다른 면이 있다. 선수를 질책하기보다 칭찬으로 다독이는 스타일이다. 베테랑, 신인 가릴 것 없이 철저한 관리로 시즌을 운영하면서, 수비 시프트에 철저하다. 아직 힐만 야구를 정확히 평가할 수 없으나, 팀 분위기를 바꿔놓은 것만은 틀림없다. 시즌 초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힐만 감독을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내 감독실에서 만났다.

-정규 시즌이 개막해 한 달이 지났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것 자체가 즐겁다. 주변 사람들, 코치들, 선수들이 모두 좋다. 특히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을 지닌 것은 큰 축복이다. 즐기고 있다.

-지도자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추구하는 지도자상, 철학을 소개해 달라.


선수로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수 생활을 빨리 그만두고 스카우트를 시작했다. 일단 야구 안에서 새 직업을 찾고 싶었다. 뉴욕 양키스 시절에 배운 게 많다. 벅 쇼월터 감독(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디테일 한 부분을 많이 배웠다. 선수단을 논리적으로 조직하는 부분 등을 배웠다. 사람을 상대하는 기술은 조 토레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다양한 수준의 마이너리그 팀을 지도한 경험이 했다. 또 일본 프로야구 감독을 맡았는데, 계기가 있었나.

모든 단계에서 경험한 것들이 현재 선수들을 다루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1989~1993년에는 교육리그를 담당했다. 이 역시 많은 도움이 된다. 1995년 하와이 윈터리그에서 감독을 했다. 당시 일본 선수들이 오갔는데, 훈련이나 경기를 모두 잘 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양키스에서 일하고 있을 때, 니혼햄과 교류가 있었다. 일본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성실함에 감명을 받았다. 이후 (일본에서)감독 제의가 왔다.


2017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가 7-4의 승리를 거두며 6연승을 달렸다. 힐만 감독이 박정권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4.18/
-디테일한 야구가 일본야구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양키스에 있을 때부터, 선수 관리에 있어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본에서 배운 건 아니다. 디테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감독직을 잃을 수 있다. 노숙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항상 신경 써야 한다.(웃음) 번트와 같은 스몰볼도 확실한 상황에서 해야 한다. 일본 프로팀 감독 경험이 없었더라도, 한국에서 상황에 맞게 했을 것이다.

-니혼햄과 캔자스시티가 모두 하위권 팀이었다. 하지만 재임 중 성적은 달랐다. 어떤 차이가 있었나.

두 팀의 큰 차이는 없지만,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니혼햄은 나에게 많은 시간을 줬다. 캔자스시티는 그렇지 않았다. 어쨌든 캔자스시티도 내가 추구했던 방식으로 나가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 캔자스시티가 우승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캔자스시티 관계자)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기도 했다. 모든 것이 타이밍의 문제라고 생각한다.(힐만 감독은 2010년 시즌중에 캔자스시티를 떠났고, 캔자스시티는 2014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2015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일본, 미국 야구의 가장 큰 차이가 뭔가.

일본은 번트를 많이 대고, '스몰볼' 야구를 많이 한다. 또 거의 모든 투수가 스플리터를 던진다. 경기 후반에는 확실히 일본이 강한 면이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 야구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투수나 공격 모두 파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중심 타선의 능력이 좋다. 일본, 미국보다 꾸준함에선 더 뛰어나다. 리그에서 중심 타선이 주는 임팩트가 가장 좋다.

-그렇다면, SK 중심 타선은 리그에서 몇위 정도인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상대 팀들을 3연전 한 차례 정도밖에 밖에 못 만나 지금 순위를 매길 수는 없다. 중심 타선을 평가하려면 OPS(출루율+장타율)만 보면 된다. 타율도 필요하지 않다. OPS를 보면 어느 팀의 클린업 트리오가 가장 강한지 알 수 있다.

-'힐만 야구'가 SK에 얼마나 스며들었나.

캠프를 포함해 세 달 밖에 안 됐지만, 지금까지 여러 분야에서 굉장히 잘 진행되고 있다. (수비 시프트는 어떠냐고 묻자)효율적으로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리그의 팀들이 어떻게 하면 잘 치고, 잘 막을지 꾸준히 연구를 해나가야 한다.


2017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SK가 7-4의 승리를 거두며 6연승을 달렸다. 힐만 감독이 마스코트 아테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4.18/
-미국에는 감독 출신 단장이 거의 없다. 반면 염경엽 단장은 감독 출신이다.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

많은 도움이 된다. 좋은 조언들을 많이 해주고 있다. 상대 팀 감독으로 봤던 SK에 대해서 말 해줬고, 다른 팀들에 대한 정보도 많이 줬다. 함께 하는 사람이 유머가 없다면, 어울리기 쉽지 않을 텐데, 염 단장은 유머도 뛰어나다. 잘 지내고 있다.

-SK가 우승한다면, 내걸 공약이 있을까.

구단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것이다.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무언가를 한다면, 선수가 중심이 돼야 한다. 나는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지향하는 바가 뭔가.

주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싶다. 또한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으로, 코치나 선수들, 팬들에게 에너지를 주면서 도와주고 싶다.

-한미일에서 모두 우승할 수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우승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남들이 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이미 하고 있다. 프로야구 감독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일본과 한국, 베네수엘라에서 감독을 했다. 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그것만 해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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