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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토리] 버나디나가 소개하는 '퀴라소의 야구 열기'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5-01 21:06


버나디나. 사진=광주 나유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KIA 타이거즈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32)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네덜란드 출신으로 알고 계시는데요. 네덜란드령인 퀴라소가 제 고향입니다. 지도를 자세히 살펴봐야 찾을 수 있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입니다. 남아메리카 대륙 북동쪽에 자리한 베네수엘라 위에 있습니다.

저는 퀴라소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여덟 살 때 가족들과 함께 네덜란드로 이사를 갔어요. 그리고 17세에 다시 미국으로 이주했죠. 저는 퀴라소 출신 야구선수라는 게 무척 자랑스러요. 한국야구팬들에게 퀴라소 야구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고요.

메이저리그에는 퀴라소 출신 선수가 정말 많아요. 어릴적 저와 제 친구들의 우상이었던 앤드류 존스 코치님(2017년 WBC 네덜란드대표팀 코치)부터, 현역으로 뛰고 있는 켄리 잰슨(LA 다저스)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 조나단 스쿱(볼티모어 오리올스)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레인저스) 모두 저의 퀴라소 형제들이죠. 젠더 보가츠(보스턴 레드삭스)는 퀴라소와 가까운 네덜란드령 아루바 출신이고요.

이렇게 대단한 야구선수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는 건 퀴라소 사람들의 엄청난 야구 사랑 덕분입니다. 퀴라소섬은 제주도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작아요. 인구가 14만명에 불과하죠. 그런데 14만명이 모두 야구를 사랑한다고 보셔도 될 정도예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이자 즐기는 취미 생활이 야구죠.

퀴라소 사람들에게 야구는 가장 큰 꿈이에요. 모든 어린이가 야구 선수가 되고싶어하고, 리틀야구 인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요.

퀴라소 아이들은 15~16세까지 리틀야구를 합니다. 저 역시 퀴라소에서 친구들과 리틀를 했어요. 시몬스가 지난 WBC 대회 인터뷰에서 "퀴라소는 야구장 바닥에 돌이 많고 울퉁불퉁해서 수비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잖아요? 사실입니다. 야구장 환경은 정말 안 좋아요. 그래도 모두가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 열기가 엄청나지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 수밖에 없는 이유죠.

저는 네덜란드로 이사를 갔는데, 네덜란드 본토는 야구보다 축구 인기가 훨씬 높아요. 야구는 비인기 스포츠죠. 하지만 어머니가 소프트볼, 아버지가 야구를 하셨어요. 부모님 덕분에 네덜란드에서도 야구선수의 꿈을 계속 키울 수 있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야구를 했기 때문인지, 퀴라소 선수들은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큽니다. 모든 선수들이 '오늘이 나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죠. 대표팀에 뽑히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고요.

2013년 WBC에 네덜란드 대표로 출전했는데, 어릴 때부터 알던 선수들과 야구를 한다는 자체로 즐거웠어요. 그때 함께 뛴 선수들과 지금도 휴대폰 메신저로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아요.

이번 WBC 대표팀에도 합류하라는 제안이 왔었지만 저에겐 KIA가 더 중요했어요. 새로운 팀, 새로운 리그에 왔는데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요. 아주 약간 아쉬울 뿐, 미련이 남아있지는 않아요.

사실 퀴라소는 어릴 때만큼 자주 가지는 못해요. 2년 전에 퀴라소 출신으로 성공한 야구 선수들이 모여 홈런 더비를 했는데, 그때 저도 초청받아 1주일 정도 머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죠. 올 시즌이 끝나면 가족들과 함께 갈 계획입니다.

퀴라소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에요. 퀴라소 리큐어로 만든 다양한 칵테일이 있고, 카리브해에서 잡은 해산물 요리가 넘쳐나요. 저는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한국에서 퀴라소까지 가려면 비행기 티켓이 무척 비싸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언젠가 꼭 여행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PS-다들 제가 매일 씹는 분홍색 풍선껌에 대해 궁금해하시는데, 독일제입니다. 네덜란드에서도 파는데 친구들이 한국에 올 때 사가지고 오거나, 우편으로 보내준답니다. 지금 한 통밖에 안 남아서 슬프긴 한데, 다음 주말이면 껌이 잔뜩 들어있는 택배가 오니 걱정없어요.(이 기사는 1대1 인터뷰를 구술식으로 엮었습니다)
정리=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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