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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부상이 없고 부진하지도 않은 투수를 엔트리에서 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히 휴식 효과가 두드러졌다. 김원중의 공에는 시종 힘이 넘쳤고,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도 정상 수준이었다. 이날 경기전 조 감독은 "원중이는 그동안 1군 선수단과 움직이면서 불펜피칭을 소화하고 정상적으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김원중은 경기가 끝난 뒤 "휴식 기간을 가진 게 체력적인 부분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오늘 구위가 무척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1일만의 등판서 생애 최고의 피칭을 한 것이다.
지금은 박진형이 휴식 기간이다. 지난 26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4안타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낸 뒤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원중과 마찬가지로 체력 안배를 위해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기로 했다. 박진형은 오는 7일 KIA타이거즈전에 맞춰 1군에 복귀할 수 있다. 박진형은 올시즌 5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5.33을 기록중이다. 아직은 안정감 있는 페이스는 아니다. 경기마다 기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5~6일 로테이션에 아직은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대 젊은 투수들이 체력 자체가 부족할 까닭은 없다. 5~6일 간격으로 등판하는게 신체적으로 완벽하게 숙달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이같은 로테이션 관리 시스템은 6선발 로테이션과는 다른 것이다. 6선발 로테이션은 말그대로 6명의 투수가 순서대로 선발로 나서는 것을 말한다. 기존 선발 5명의 체력을 동등하게 관리한다는 점에서 특정 투수의 체력을 안배하는 롯데의 로테이션 관리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6선발 체제로 효과를 본 대표적인 팀은 2009년 KIA 타이거즈다. 당시 KIA는 6월 한달간 6선발 체제를 가동하면서 선발진의 체력을 안배한 덕분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선발투수의 체력 안배를 위해 투구이닝 자체를 정해놓는 경우도 있다. LA 다저스의 차세대 에이스인 훌리오 유리아스는 최근 엔트리에 올라 시즌 첫 등판을 했다. 지난 2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4안타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다저스 구단은 유리아스의 올시즌 투구이닝을 180이닝으로 제한할 방침인데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서 활용하기 위해 시즌 초에 휴식을 취하게 한 것이다.
롯데는 앞으로도 김원중과 박진형의 체력 관리를 위해 컨디션을 살펴가며 로테이션 관리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