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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마무리 이후 블론 0. KIA의 성공적 보직 파괴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04-18 06:13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 리그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KIA 한승택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4.13.

KIA 타이거즈의 불펜을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KIA는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2.30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불펜은 얘기가 다르다.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무려 10.15. 10개구단 중 꼴찌다. 블론세이브가 벌써 4개다. kt와 NC는 아직 블론세이브가 하나도 없는데 KIA만 독보적인 1위다. 그만큼 불펜이 불안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이브 갯수도 6개로 1위다. 불안한데 승리를 6번 지켜냈다는 얘기.

KIA의 마무리는 백전노장 임창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KIA에 마무리가 없다. 임창용이 초반 컨디션 난조로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1일 대구 삼성전서는 7-0으로 앞서다가 9회말 임창용 등 필승조가 모두 투입됐음에도 대거 7점을 내줘 동점이 됐었고, 지난 8일 광주 한화전서는 3-2로 앞선 9회초에 임창용이 2점을 허용해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9일 한화전서도 3-1로 앞선 9회초 임창용이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지만 1실점을 하고 2사 1,2루의 위기가 되자 김기태 감독이 직접 나와 심동섭으로 교체했다. 임창용으로만 끝까지 맡기기엔 한계가 왔다는 판단이었다.

김 감독은 이후 임창용과 티타임을 갖고 마무리의 무거운 짐을 덜자고 얘기했고 그때부터 KIA는 특정한 마무리가 없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했다.

마무리가 필요한 접전 상황이 없으면 좋겠지만 KIA엔 계속 위기가 왔다. 2∼3점차의 세이브 상황이 자주 나왔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막아내고 있다. 13일 잠실 두산전서는 4-2로 앞선 9회말 한승혁이 나왔다가 1점을 주고 2사 1,2루의 위기를 맞자 김윤동이 나와 3번 에반스를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해 승리를 지켰다. 15일 광주 넥센전서는 5-2로 앞선 9회초 김윤동이 나서 안타 2개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올렸다. 2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려 김윤동이 마무리가 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지만 아니었다.

16일 7-5로 앞선 상황에서 9회초 김윤동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1사 만루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줘 7-6으로 쫓기자 김 감독은 김윤동을 내리고 한승혁을 올렸다. 한승혁이 김웅빈을 2루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17일 현재 1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가 총 15명인데 KIA 선수는 김윤동 심동섭(이상 2세이브)과 임창용 한승혁(이상 1세이브) 등 4명이나 된다. 가장 많다.

특정한 마무리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투수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KIA는 특정한 마무리가 없다는 것의 장점을 살리고 있다. 마무리라는 자리가 갖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셋업맨으로 나서면 잘던지다가도 마무리 보직을 맡으면 실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것은 마무리가 갖는 부담때문이다. KIA는 마무리가 없기 때문에 만약 자신이 못던지면 다른 투수로 교체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9회에 나간 투수가 불안하면 김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마무리로 나서는데 마무리가 아닌 것이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집단 마무리 체제로 변경 이후 KIA의 블론세이브는 0이고 세이브만 3개다. 현재까지 김 감독의 집단 마무리 체제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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