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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외야수 김원석(28)은 지난 한주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무명의 중고신인은 시범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쏘아올리고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걸음 더 나아가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3연전에서 안타 7개를 몰아치며 한화팬들을 흥분시켰다. 김원석은 실력 뿐만 아니라 독특한 인생역정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방출, 현역 군복무, 독립구단 입단, 극적인 친정팀 복귀까지.
김원석 "다시 돌아오겠다"
김원석은 지난해 가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김 감독의 시선을 끌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가 있나 싶었다. 다칠까봐 걱정이었다. 훈련 뒤 매일 내방 문을 두드리며 타격에 대해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한번은 야간훈련을 하다 밤 11시가 넘어 밥이라도 먹여야 했는데 식당이 전부 문을 닫았다. 도시락을 사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한화에서 방출된 뒤 현역입대 외에 달리 길이 없었다.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에 들어갈 처지가 못 됐다. 야구와 단절됐던 2년여의 시간. 결국 제대 후 독립구단 문을 두드렸다. 김원석은 "정말 야구가 하고싶었다. 돌이켜 보니 하고싶은 것이 야구밖에 없었다. 그나마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도 야구밖에 없었다. 내가 한시도 훈련을 쉴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김원석은 햄스트링 부상 후 "너무 속상하다. 태어나서 처음 맛본 순간들이었다. 팬들이 참 많이 성원해 주셨는데…. 회복해서 하루빨리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김성근 "외야 큰일났다"
김원석은 주장 이용규의 왼쪽 팔꿈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시범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파워는 입증했지만 컨택트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시즌 초반 이같은 우려를 말끔하게 털어냈다. 날아오르려던 순간 불의의 부상을 한 셈이다.
사령탑은 울상이다. 김 감독은 " 김원석이 빠지니 외야에 나설 선수가 태부족이다. 임시방편이지만 좌익수로 이양기, 우익수로 최진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안되면 윌린 로사리오, 정근우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가볍게 캐치볼을 하고 있지만 4월 중순 이후는 돼야 팀에 합류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비상체제로 경기를 계속 치러야 한다. 이양기와 이동훈의 타격감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거의 매일 특타를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박종훈 한화 단장과 김 감독은 최근 2군 투수 4명의 1군 훈련 합류를 놓고 의견충돌했다. 1군과 2군 사이에 선수교류가 교착상태다. 심기가 불편해진 김 감독은 이성열 양성우 등 지난해 꽤많은 경기를 뛴 외야수들까지 1군으로 불러올리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지금 체제로 움직이게 된다. 그나마 큰 흔들림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것도 김원석과 장민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화 외야는 이용규를 제외하면 공수를 겸비한 선수가 드물다. 최진행과 김경언(종아리 부상중)은 공격에 좀더 치우쳐 있고, 나머지 선수들은 수비일변도다. 김원석의 존재감이 특별해지는 이유다.
이제 시선은 한달 보름여 뒤 김원석이 돌아왔을 때다. 과연 시즌 초반의 불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한화 내부에선 김원석의 근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오로지 야구 하나만 생각하는 선수다. 복귀 후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했다. 김원석의 올해 연봉은 1군 최저수준인 3000만원이다. 하지만 기대치는 수억원 선수 이상이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