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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개막 4연승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는 LG 트윈스. '95억원의 사나이' 차우찬이 홈 개막전에서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심었지만, 사실 최근 LG에 떠오르는 '핫스타'는 따로 있다. 바로 좌완 불펜 진해수(31)다. 4연승 중 3경기에 출전해 2홀드를 기록했다. 2⅓이닝 투구를 하며 안타도, 볼넷도 단 1개도 내주지 않았다. 탈삼진만 4개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따지면 무려 22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그래서 최근 LG 팬들은 진해수의 별명을 멋지게 바꿔줬다. '진해수도방위사령관'이다.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의 뒷문을 지키는 역할이니 딱 들어맞는 별명이다. 이제 '진해수소폭탄'의 시대는 확실히 저물었다. 그래서 스포츠조선이 가장 뜨거운 사나이 진해수를 만났다.
-22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
누가 얘기해줘 들었다. 사실 내가 그런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지도 몰랐다. 앞으로도 기록은 신경쓰지 않고 던질 것이다. 팀만 이기면 내가 점수를 줘도 상관 없다.
(쑥스러워하며) 굳이 설명을 하자면 지난해부터 바뀌기 위해 노력을 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말로는 설명 못한다. 나만의 느낌이다. 공을 던질 때 이렇게 해보자는 밸런스를 일관되게 유지하려 노력했다. 시즌 초반에는 마운드에서 적용이 잘 안됐다. 그런데 후반부터 느낌이 오더라. 나도 기술적으로 설명을 드리고 싶은데, 설명할 수가 없는 나만의 밸런스 문제다.
-전문가들은 팔 스윙이 줄어들며 제구가 잡혔다고 평가한다.
솔직히 팔스윙을 줄이려는 의도도 없었다. 그저 위에서 설명했던 좋은 밸런스 유지를 위해 계속해서 공을 던졌고, 나도 모르게 팔스윙이 줄어든 것일 수 있다. 나는 아직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는 공의 비율이 높아지며 적극적으로 타자와 승부할 수 있게 된 것이 변화의 포인트다.
-그래도 2006년 KIA 타이거즈 입단 이후 좌완 파이어볼러 유망주이지 않았나. 팔 스윙을 줄이면 구속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솔직히 투수 입장에서 구속 생각을 아예 안한 건 아니다. 그래도 급한 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구속은 조금 줄었어도 지금이 더 좋다. 물론, 아직 100% 내 것을 찾았다고는 못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지금의 밸런스가 100% 내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그 때는 구속을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름을 바꾸기 전 진민호로 활약할 때 부터, 많은 지도자들이 기회를 줬지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제구가 흔들렸다. 제구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 아닌가.
지금도 내가 그걸 완벽히 이겨냈다고 할 수 없다. 계속해서 노력할 뿐이다.
-넥센 3차전(2일) 8회 채태인을 상대로 몸쪽 커브를 던져 스탠딩 삼진 처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커브의 위력, 몸쪽 완벽 제구 등이 화제였다. 이 정도면 완벽히 이겨낸 것 아닌가.
(웃으며) 사실 나는 한가운데로 던지려고 한 공이다. 어떻게 몸쪽에 걸쳐 들어갔는데, 마치 의도한 것처럼 보여졌나보다.
-조금 민감한 얘기일 수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 어떤 별명으로 불리웠는지 본인은 알고 있었나. (진해수는 KIA 시절부터 '진해수소폭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불펜으로 제구가 흔들리고, 실점하는 장면이 많아 생긴 별명이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잘 되라고 이름을 바꿔주셨는데, 이름 끝 글자랑 그 별명이 연결돼 난감했다. 솔직히 신경 안쓰려고 노력했다. 오래 전부터 내 기사도 찾아보지 않고 댓글도 안봤다. 이 별명은 내가 야구를 못하니 지어진 것 아닌가. 팬들께서 그렇게라도 관심 가져주시는 게 어떻게 보면 감사한 일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닉네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진해수도방위사령관'이 됐다. '진해수호신'도 있다. 180도 역전이다. 소감은.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재밌는 별명을 지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수도방위사령관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열심히 해야겠다.
-이제 필승조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는데, 야구선수로서 진짜 꿈이 있는가.
정말 솔직히 지금에 만족한다. 선발, 마무리 멋진 자리들이 많지만 나는 지금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필승조 역할만도 감사하다. 내가 잘해야 팀이 더 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사령관이 보는 올시즌 LG의 전망은 어떤가.
시작이 좋다. 개막 전부터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이를 위해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올해 가을, 팬들이 원하는 위치까지 올라갔으면 하는 게 내 유일한 바람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