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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걱정이 많았다.
대체자로 영입된 재비어 스크럭스는 이런 부담감 속에서 출발했다. 물론 김경문 감독은 배려를 먼저 했다. 팀과 환경에 대한 적응이 먼저라고 보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테임즈가 세운 기록에 대한 부담감이 분명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해했다.
미국에서의 스프링캠프를 잘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후 시범경기에서는 완벽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공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던 스크럭스는 이튿날부터 조금씩 방망이를 내기 시작했지만, 타이밍이 잘 맞는 편은 아니었다.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0.219(32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외국인선수가 실패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만큼, 스크럭스가 과연 적응을 할 것인가를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스크럭스는 개막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배트 선물을 받았다. 미국에서 들고온 배트 6개가 모두 부러지거나 쓸 수 없게 된 상황이었는데, 김 감독이 직접 주문한 배트가 도착했고 개막전에서도 사용했다. 스크럭스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경문 감독에게 아낌 없는 감사 인사를 건넸다.
또 동료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크럭스는 개막전을 앞둔 선수단 미팅에서 직접 선수들 앞에 나서 "나는 아직 KBO리그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 오늘 승리를 통해 NC 다이노스가 어떤 팀인지 내게 가르쳐달라"는 주문을 했다. NC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6대5 역전승을 거두면서 스크럭스의 주문은 현실이 됐다.
팀 적응을 순조롭게 마친 스크럭스는 '성격 좋은 외국인 선수'로 벌써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테임즈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우고 자신만의 성공기를 써내려갈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