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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150km의 강속구 투수 올해는 많이 볼 수 있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03-23 22:12


KIA 한승혁이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3.14.

시속 150㎞. 강속구 투수를 규정하는 기준이 되는 구속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대표팀은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외한 누구도 150㎞ 빠른 공을 뿌리지 못했다. 준비 부족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강속구 투수가 줄었다. 이 점이 부각되면서 올시즌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강속구 투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외국인 선수들 중 헨리 소사(LG 트위스)와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 헥터 노에시(KIA 타이거즈),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이상 한화 이글스) 등은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린다. 다른 외국인 투수들도 140㎞ 후반대의 공을 던진다. 그러나 국내 투수 중 150㎞를 쉽게 뿌리는 선수는 별로 없다. 요즘엔 140㎞대 후반 정도만 기록해도 빠르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는 150㎞의 강속구 투수들이다.

투수들의 로망 150㎞

투수들이라면 빠른 공으로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꿈을 꾼다. 타자들의 꽃이 홈런이라면 투수들에겐 스피드건에 찍히는 150㎞가 꿈의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팬들 역시 150㎞의 빠른 공에 타자들이 꼼작 못하는 모습에 열광한다. 강속구 투수들의 와일드하면서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따라하는 어린 투수들도 많다. 투수전이 재미없다고 하지만 강속구 에이스들의 맞대결이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것도 이때문이다.

강속구 투수들도 그것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갖는다.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계보 역시 강속구 투수들이었다. 故 최동원이나 선동열, 정민태, 박찬호는 모두 빠른 강속구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한 류현진(LA 다저스)이나 김광현(SK 와이번스)도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외국의 강타자들을 제압했다. 그런데 갈수록 강속구 투수들이 줄어들고 구속은 떨어져도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더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됐다.

150㎞, 누가 던지나

지난해 국내 투수 중 150㎞ 이상을 꾸준히 던진 투수는 한승혁(KIA), 김세현(넥센 히어로즈), 장시환(kt 위즈), 원종현(NC 다이노스) 정도 밖에 없었다. 김세현은 손승락이 롯데 자이언츠로 떠난 후 마무리를 맡아 36세이브를 거두고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주무기는 빠른 공이었다.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면서 상대 타자들을 잡아냈다. 항상 제구가 불안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지난해 제구가 안정되며 전성기를 맞게 됐다.


장시환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좋은 활약을 했다. 입단 때부터 빠른 공 덕분에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제 기량을 피우지 못하고 팀을 옮겼다. kt로 이적한 후 재능을 꽃피웠다. 원종현은 암 치료를 받은 후에도 빠른 공을 뿌리며 팀의 셋업맨으로 활약했고, 이번 WBC 대표팀에도 뽑혀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올시즌 부상에서 돌아오는 조상우도 150㎞가 넘는 강속구로 넥센 중간계투진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었다.

최근 강속구 투수들을 보면 선발보다는 불펜투수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선발투수는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고 100개가 넘는 공을 뿌리면서 150㎞가 넘는 빠른 공을 계속 뿌리기엔 지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전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던 김광현이나 양현종 윤석민(이상 KIA) 등이 최근엔 140㎞ 후반대로 구속이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빠른 공을 던지다가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최대성(kt)이나 엄정욱 전병두(이상 전 SK) 등은 빠른 공을 던져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부상으로 꽃피우지 못했던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눈에 띄는 강속구 투수

이번 시범경기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투수는 한승혁(KIA)이다. 14일 두산과 시범경기 첫날 156㎞를 던져 팬들을 놀라게 했다. 셋업맨 한승혁과 마무리 임창용의 필승조 조합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크다. 이동원(두산)도 첫 1군 시범경기서 빠른 공으로 관심을 끌었다. 15일 광주에서 열린 KIA전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동원은 서동욱에게 던진 초구가 158㎞를 찍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그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당장 1군에서 던지기엔 제구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미래의 귀중한 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서진용(SK)도 150㎞가 넘는 빠른 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꼽은 스프링캠프 MVP 서진용은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셋업맨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제구

강속구 투수들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제구다. 공이 아무리 빨라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은 의미가 없다. 한승혁이 이전부터 빠른 공을 뿌리면서도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제구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경기서도 빠른 공이 주목받고 있지만 152∼153㎞ 정도는 제구가 잘 됐는데, 155㎞가 웃도는 공은 높게 이뤄진 볼이 많았다. 이동원도 스피드는 좋지만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훨씬 많다. 빠르게 던지기 위해선 팔 스윙이 빠를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릴리스 포인트가 달라져 제구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좁은 스트라이크존에선 제구가 잘 되지 않는 강속구 투수가 살아날 수 없었다.

이번 시즌 스트라이크존 확대가 강속구 투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좁은 스트라이크존은 강속구 투수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해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구속저하까지 이어졌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이 강속구 투수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실투로 높게 제구된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면, 타자들도 비슷한 높은 공에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다. 빠른 공이 이전 보다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시즌 국내 강속구 투수들이 팬들을 얼마나 열광시킬 수 있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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