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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로 팽팽하던 9회말 무사 2루 대만 공격. 절체절명의 끝내기 패배 위기에서 선동열 투수코치가 오승환을 불렀다. 타석에는 대만의 '국민 4번타자' 린즈셩. 오승환은 볼 4개로 린즈셩의 무릎을 꿇렸다. 이후 고의4구로 1사 1,2루. 이후 오승환은 삼진과 좌익수 플라이로 위기를 넘겼다. 덕분에 한국은 또한번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이겼지만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표팀 멤버 누구도 환하게 웃지못한 승리였다. 6일 이스라엘전(연장 10회 1대2패), 7일 네덜란드전(0대5패)의 악몽이 9일 A조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에서도 재연됐다.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국내팬들은 속상한 마음에 9회까지도 속시원한 응원을 펼치지 못했다. 반면 1루쪽에 빼곡히 자리잡은 대만 응원단은 신바람을 냈다.
한국 대표팀은 대만을 당연히 잡을 수 있는 '1승 상대'로 봤다. 당초 우규민을 대만전 선발로 고민했지만 이내 작전을 바꿨다. 양현종을 넣기로 한 것이다. 대회 전만해도 이스라엘에 패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였다. 네덜란드전 선발로 예정됐던 양현종을 대만전으로 돌린 이유는 확실한 1승을 더 '확실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한국은 대만을 약체로 평가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경기전 김인식 감독은 "오늘은 꼭 승리하겠다. 3전전패로 지면 WBC예선을 치러야 한다. 너무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결의를 다졌다. 한국은 최고의 카드를 다 꺼냈지만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였다.
선발 양현종은 완벽했던 1회. 흔들렸던 2회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3이닝 5안타 6삼진 3실점. 양현종은 1회말 3명의 타자와 2회 선두타자까지 4명을 상대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6-0으로 앞선 2회말 1사후 5번 린이취엔의 좌익수 방면 타구를 좌익수 민병헌이 아쉽게 놓치며 흔들렸다. 이후 3실점했다. 6-0 스코어가 순식간에 6-3으로 좁혀졌다.
한국 타자들은 앞선 2경기에서 19이닝 동안 1득점하며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야수들의 단단한 의지도 엿보였다. 이대호는 2회 왼쪽 귀부분에 사구를 맞았다. 한참 동안 통증을 호소하던 이대호는 1루로 성큼 성큼 나갔다. 아픔을 참은 것이다. 최형우는 2회 악착같은 베이스러닝으로 1루에서 2루를 내달았다. 전력질주, 달라붙는 타격 등 앞선 경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수진이 대만 타자들을 견뎌내지 못했다.
양현종 다음에 나선 투수들은 줄줄이 실점대열에 합류했다. 심창민은 1이닝 2실점-차우찬 2이닝 2실점-장시환 1이닝 1실점. 6-0이 6-3, 다시 8-3으로 달아났지만 8-5로 추격당했다. 이후 8-7에서 8-8까지. 한국 투수진의 '볼질'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아쉬운 피칭은 3경기 내내 이어졌다. 원종현(1이닝 무실점)과 오승환만이 마운드에서 빛났다.
한편, 대회 MVP에는 3승으로 A조 1위를 확정지은 이스라엘의 포수 라이언 라반웨이가 선정됐다. 라반웨이는 3경기에서 9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 타율 5할5푼6리에 매끄러운 투수리드를 선보였다.
고척=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