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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성패는 불펜진 운용에 달렸다.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이다. 65개를 넘기면 안된다. 즉 선발투수가 65개 이내에서 투구를 해야 한다. 길게 던져봐야 5이닝을 넘기기 힘들다. 선발투수가 고전한다면 3,4회에도 투수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불펜투수 구성에 고민을 쏟은 이유다. 오승환 발탁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나타난 구위로 봤을 때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투수는 이현승과 심창민이다. 지난 22일 열린 요코하마 DeNA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두 투수는 각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 감독은 의외의 성과라고 했다. 불펜진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후보로 꼽은 것이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후 "오늘 던진 투수들 중에 두 명이 생갭다 잘 던졌다. 이현승하고 심창민이다"면서 "이현승은 좋은 제구력과 변화구로 삼진을 두 개나 빼앗았고, 심창민도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고무적인 것은 두 투수의 유형이다. 좌완 이현승은 왼손 타자를 주로 상대할 것으로 보이며 사이드암스로 심창민은 오른손 타선을 막아낼 수 있는 셋업맨 역할이 유력하다. 이 부분을 놓고 김 감독이 흐뭇한 미소를 지은 것이다. 이현승은 지난 시즌 56경기에 등판해 1승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4.84를 기록했다. 기복이 있었지만, 풀타임 마무리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큰 경기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불펜요원이다.
심창민의 호투에 대해 김 감독이 내놓은 설명은 이렇다. 투구폼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작년 시즌 말미에 던질 때와 좀 달라졌다. 그때는 투구폼이 딱딱해 보였는데 지금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밸런스가 잘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창민은 140㎞대 후반의 직구가 주무기다. 공끝이 한층 좋아졌다. 물론 한 경기 결과만 놓고 활약을 낙관할 수는 없다.
대표팀은 1라운드 개막 이전에 서울 고척돔에서 5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이현승과 심창민은 각각 2~3경기 정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구속과 제구력을 높인다면 김 감독의 기대대로 1라운드 통과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