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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스캠 다이어리] 지금은 2군이지만...내일을 위해 우리는 뛴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2-22 10:54


◇슬라이딩 훈련을 하고 있는 최민창.  사진제공=LG 트윈스

"언젠가는 저도 빛날 날이 오겠죠."

프로 스포츠 선수. 프로는 경기에 뛰고, 팬들 앞에 서야 빛이 납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돈을 많이 받으면 모르겠지만, 이 세계는 냉정합니다. 1군에서 성적을 잘 내지 못하면 연봉도 줄어드는 게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1군 선수가 되기를 꿈꿉니다.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면, 세상 모든 걸 잃는 기분일 겁니다.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 작년까지는 LG 트윈스의 1군 선수단이 훈련을 했습니다. 구장 앞 고깃집 주인이 서용빈 코치의 안부를 묻더군요. 하지만 올해 이시카와 구장은 2군 선수들이 채웁니다. LG 1군 선수단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훈련합니다. 누군가 '2군 선수들이 1군 선수들 훈련장에서 운동하는 게 행운일 수 있다' 말할 수 있습니다.

2군 선수단의 훈련. 다른 게 있을까요. 제가 예고 없이 불시에 찾아가 봤습니다. 훈련 열기, 1군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같은 오키나와 땅 WBC 대표팀 훈련장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렸습니다.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캠프도 마찬가지입니다. LG 2군 훈련장을 찾은 기자는 제가 처음이자 유일했습니다. 그러나 LG 2군 선수단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자체가 중요했습니다.


◇훈련을 위해 직접 배팅볼을 챙기는 신경식 코치.  사진제공=LG 트윈스
이번 LG 2군 진지훈련에는 선수 25명이 참가했습니다. 김동수 감독은 WBC 대회 배터리 코치로 차출됐습니다. 그 외 6명의 코치들이 선수들을 성심성의껏 가르칩니다.

선수가 부족합니다. 똑같은 훈련을 해도 너무 힘이 듭니다. 선수가 없어, 배팅 훈련을 하고 조금 쉬다 또 자기 차례가 오는 식입니다. 수비 훈련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2명이 내야수가 김우석 코치의 펑고를 2시간 동안 받아내는데, 악소리를 내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쉼없이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도우미가 없습니다. 선수들이 훈련 장비를 나르고, 서로를 위해 공도 던져줍니다. 심지어는 인원이 부족해 홍보팀 직원과 선수단 매니저까지도 배팅볼을 줍고는 합니다. 신경식 타격코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코치로 가있는 김동수 감독의 빈 자리를 채우기도 바쁜데, 선수들 타격을 보고, 땅을 고르고, 공을 토스해주고 정신이 없습니다.


◇훈련을 위해 직접 공을 나르는 LG 선수.  사진제공=LG 트윈스
2군 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들의 마음도 애타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키운 선수가 1군 경기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자극제가 필요합니다. 박석진 투수코치는 "다른 건 없습니다. '1군에 있는 저 투수가 너보다 잘난 게 없다. 왜 밀린다고 생각을 하느냐'라고만 말해줍니다. 2군 캠프는 기술보다 멘탈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신경식 타격코치 역시 "겨우내 1군 캠프 참가를 위해 힘썼던 선수들이 2군 캠프에 오면 의욕을 상실하기 마련인데, 열심히 뛰게 할 동기부여를 하는 게 저희의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LG 선수들은 누가 보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 2군 캠프에는 베테랑 불펜 신승현이 있습니다. 신승현은 고된 훈련 후 숙소까지 5km가 넘는 거리를 뛰어간다고 합니다. 이 모습에 어린 후배들도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여러분이 잘 모르는 최민창이라는 외야수가 있습니다. 신일고를 졸업했고, 안익훈과 입단 동기입니다. 고교 시절 최고 선수로 각광을 받았답니다. 국가대표였습니다. 타격은 안익훈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친구는 1군에서 뛰고, 1군 캠프도 가는데 자신은 주목받지 못하는 게 힘이 듭니다. 최민창은 "처음에는 솔직히 익훈이가 부러웠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가 준비를 잘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제가 잠실구장에서 활약할 날이 있을 거라고 믿고 운동하고 있습니다. 고교 때는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며 자만하고 살았는데, 프로에 오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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