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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인터뷰②] 손아섭의 소망 "가을야구, TV 시청은 그만!"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1-22 22:36


스포츠조선과 인터뷰 중인 손아섭.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이제 포스트시즌을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것은 그만 하고 싶어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장해제'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과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깊은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밥상인터뷰] 여섯번째 손님은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29)이다. 새해에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손아섭은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했다. 그래서 30대를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 악물고 자기 자신과 싸웠던 20대를 지나, 주위를 더 넓게 볼 줄 아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에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대체 멤버로 선발됐고, 생애 첫 FA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메이저리그 포스팅 실패를 딛고 다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 근처 카페에서 밥상 대신 찻잔을 앞에 두고 손아섭을 만났다.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가 운동할 때 도움이 된다"며 연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술,담배,탄산 NO" 손아섭이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이유

-몸 관리를 굉장히 꼼꼼하고 철두철미하게 하는 하는 걸로 알려져있다.

관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좋은 음식을 먹고, 정해놓은 수면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술, 담배는 근처에도 안 간다. 담배는 피워본 적도 없고, 술은 1년에 한 번 정도 마신다. 다른 사람들은 '참 재미없게 산다'고 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산다. 술을 안마실뿐이지 차를 마시면서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관리는 프로 선수로서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몸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병원에서 검진해보고, 의사 선생님과 상담해 보충하는 편이다.


-좋은 음식은 어떤 종류로 챙겨 먹나.

햄버거나 라면같은 음식은 잘 안 먹는다. 튀김을 정말 좋아하는데, 3개 먹을 거 1개만 먹는다. 먹는 것에 예민하고, 골고루 섭취하려고 한다. 일부러 까다롭게 군다.

-예전부터 살이 찌는 체질은 아니지 않나.

먹는 것에 비해서 안 찐다.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정말 많이 먹는다. 이제는 과식도 안 하려고 한다.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더 좋다더라.

-프로야구에 몇 년 전부터 '벌크업' 열풍이 부는데, 그런 욕심은 없나.

'벌크업'에 관심이 없다. 아프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 몸을 키워도 아프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운동을 할 때도 미세한 근육을 다듬고, 안정성을 위주로 하는 편이다. 지금 몸 크기가 내가 움직이기 가장 편하다.

◇"포스트시즌, 제발 TV로 그만 보고 싶어요"

-롯데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이 2012년이다. 벌써 4년이 훌쩍 지났다.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4년째 포스트시즌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는데, 이제는 시청자 입장이 아닌 주인공이 되고 싶다. 시청자로 지켜보는 것은 지칠 대로 지쳤다.

-일부러 중계를 안 보는 선수들도 있더라. 브라운관 너머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

일부러 더 챙겨본다. 에너지가 다르고, 부럽다. 저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치열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텔레비전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다.

-롯데가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성과가 크지 않았고, 가장 한국시리즈 진출은 1999년이다.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

한이 맺혀있다.

-만약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것 중 몇%를 이룬 것일까.

다 이룬 것 아닌가. 지금 당장 최고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지금은 그것보다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우승을 해본 팀 선수들이 다 너무 좋다고 하더라.

-2008년부터 야구붐을 일으켰던 롯데의 최전성기를 맛봤고, 최근 부진한 모습도 봤다. 선수로서 어떤 감정이 드나.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은 선수단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다. 그때는 정말 그라운드에 서 있으면 저절로 흥이 나고 소름이 돋았다. 최근 관중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선수로서 너무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때는 내가 막내였지만, 지금은 중간급 선수가 됐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런 야구장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2017년 소망 : 롯데와 손아섭의 비상(飛上)

-2년 동안 정체된 느낌을 받는다고 했는데, 어떤 업그레이드 방법을 구상하고 있나.

먼저 공격은 작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작년에는 내 것이 정립되지 않은 채로 시즌에 들어가서 초반에 갈팡질팡했다. 슬럼프가 왔던 이유다. 부랴부랴 변화를 주려다 보니 '업다운'이 심했다. 올해는 준비를 더 잘해서 내 것을 확고히 가지고 시즌에 들어갈 예정이다.

-손아섭의 주루 플레이도 많은 기대를 받는다. 도루 개수를 더 늘릴 생각인가.

최만호 주루코치님과 작년에 대화를 많이 하면서 공부를 했다.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올해도 준비를 할 생각인데, 도루 개수보다는 성공률을 95% 정도로 올리고 싶다.

-늘 수비에 대한 고민도 있지 않나.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수비 연습량을 더 늘릴 생각이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겠다.

-수비는 조원우 감독이 코치 시절일 때 엄격한 트레이닝을 받아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때는 정말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많이 혼났다. 지금도 감독님으로 계시니까 수비할 때 더 집중하려고 하는데도 실수를 많이 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더 죄송한 적도 많다. 올해도 감독님이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에 느슨한 모습 안 보이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려고 한다.

-부산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로 롯데 자이언츠에 뛰는 것은 행운이다. 손아섭에게 부산과 롯데는 어떤 의미인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는 것은 부산에서 야구하는 친구들의 똑같은 꿈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 박정태, 마해영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기서 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꿈을 키웠다. 또 현실이 됐다. 나에게 부산이라는 도시와 롯데는 큰 의미가 있다. 누구나 자기가 자란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있지 않나. 부산과 롯데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집이다.

-롯데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5년째 하고 있다. 팬들은 '죄송하다는 말하지 말고 성적으로 보여달라'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지만,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은 선수들이 분명 더 클 것이다. 누구보다도 높은 위치에 올라서고 싶은 것이 저희의 마음이다. 이렇게 팀이 힘들 때는 저 역시 주축 선수로서 많은 자책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에 많이 와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기를 할 때 나태한 모습, 실망스러운 모습 안 보이겠다는 약속은 분명히 지킬 수 있다.

-2017시즌 소원이 있다면.

임재범의 '비상'이라는 노래를 좋아하는데, 롯데 자이언츠와 2년 동안 정체됐던 손아섭이 함께 비상했으면 좋겠다. 그런 시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올 시즌은 포스트시즌 시청자 입장이 아닌, 롯데가 그라운드 주인공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민호형을 중심으로 제가 중간에서 선배님들, 후배들을 잘 이끌고 시즌을 마친 후에 다 같이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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