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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이대호가 KBO 복귀를 선택한다면 '유턴파'가 된다. 그동안 유턴파들은 그동안 어떤 형태를 거쳐 복귀 계약을 이뤄냈을까. FA 자격으로 해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는 이승엽이다. 2003년 56홈런, 당시 한 시즌 홈런 아시아 최다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2004년 2년 5억엔에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팔로스 등을 거치며 일본에서 8년을 활약했다. 그가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온 것은 2012년이다. 이미 직전 시즌 오릭스에서 한 시즌을 뛰는 동안 이승엽은 KBO리그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승엽은 복귀시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삼성에서 은퇴하겠다던 마음은 변함없었다. 계약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연봉 8억원에 옵션 3억원 등 최대 11억원에 1년 계약을 했다. 삼성과 이승엽은 복귀를 놓고 교감을 하고 있었던 터라 '타이밍'만 잡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승엽에 이어 이병규가 2006년말 FA 계약을 통해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 입단했다. 이병규는 주니치에서 3시즌을 뛰고 2010년 LG로 돌아왔다. LG 복귀 조건은 계약금 1억원, 연봉 4억원 등 2년간 총액 9억원이었다. 이병규는 당시 일본 잔류와 국내 복귀를 놓고 장고를 이어간 끝에 LG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유턴을 선택했다. 계약 직전 시즌인 2009년 LG 안성덕 사장이 자매 구단인 주니치 경기 시구를 위해 나고야를 방문하면서 이병규와 만나 복귀에 대한 교감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규는 FA로 해외에 진출한 선수 가운데 복귀 1호다.
이범호를 놓친 한화는 1년 뒤 같은 상황을 맞았다. 김태균이 2011년 지바 롯데에서 퇴단을 선언, 국내로 복귀하게 되자 한화는 발빠르게 움직여 그의 마음을 잡았다. 구단주인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이 잠실구장에서 팬들을 향해 "김태균, 잡아올게"라고 공개 선언한 직후 역대 최고 연봉인 15억원의 초특급 대우로 계약했다.
2014년 3년 575만달러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윤석민은 1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KBO리그로 돌아왔다. 윤석민은 이듬해 초에도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를 불태우며 개인훈련을 진행했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어 KIA의 4년 90억원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이고 복귀를 선택했다. 당시 KIA는 김기태 감독 체제 첫 시즌을 맞아 윤석민의 복귀가 절실했던 시점이다.
이번 겨울 이대호 역시 이들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메이저리그 또는 일본 프로야구 선택도 여전히 가능하다는 게 차이점이다. 중심타자가 절실한 것은 롯데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황재균과의 재계약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대호를 잡아야 할 명분이 더욱 분명해졌다. 과연 이대호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