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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외국인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연봉+계약금)'은 급속도로 치솟고 있다. 구단들은 올라가는 외국인 선수 인건비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보다 더 단기간 전력 상승 요인이 없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다보니 외국인 선수와 에이전트들에게 KBO리그는 맘대로 할 수 있는 '천국' 처럼 돼가고 있다. 일부 지도자들은 국내 야구를 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불량스런 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팀 분위기를 고려해 내치고 싶어도 팀 전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속앓이가 더 심하다.
KBO는 2014년말 유명무실화된 외국인 선수 연봉 제한 규약을 폐지했다. 지켜지지 않았던 규약을 쓰레기 통해 버리자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매우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우려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외국인 선수들과 그 에이전트들에게 KBO리그는 참 매력적인 시장이 돼 버렸다. 팀들은 서로 좋은 선수를 모셔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 올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풀은 많지 않다. 대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 사이에 있는 선수들을 KBO리그 팀들이 예의주시한다. KBO리그 팀들간에 특정 선수를 놓고 경쟁한 경우도 이미 많았다. 몇 구단 사이에서 간을 본 에이전트의 협상 전략에 말려 몸값이 올라간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KBO리그에 온 첫 해 선발 투수의 경우 10승 이상 등 좋은 성적을 낼 경우 영웅 대접을 받는다. 다음 재계약에서 몸값은 치솟고 요구 조건은 더 까다로워지게 된다.
수도권 A팀 사장은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팀 주축 외국인 선수가 하자는 대로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건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못 하겠다고 하면 우리로선 매우 난처하다"고 말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평소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들에게 끌려가면 안 된다"고 목소리는 내는 대표적인 지도자다. 그는 태도가 불량하고 KBO리그와 토종 선수들을 한수 아래로 보는 외국인 선수들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외국인 선수를 중도 퇴출시킨 적도 있다.
국내 감독 중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팀 보다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에 속앓이하는 지도자가 수두룩하다. 지금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에서 물러난 류중일 감독도 태도 불량이 고쳐지지 않았던 나바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나바로는 수차례 팀훈련에 지각했다. 토종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류중일 감독은 당시에 나바로에 대한 싫은 소리를 거의 외부에 하지 않았다.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는 분명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 선수 없이 토종들끼리만 야구 콘텐츠를 만들자는 건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외국인 선수 제도를 고쳐가면서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건 KBO리그 관계자들이 위에서 언급한 문제와 현실태에 대해 현장에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수정하거나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실무진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그런 의견이 실행위원회(단장 모임)나 이사회(사장 모임)를 통해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또 팀간 이해 관계가 엇갈려 자꾸 뒤로 미뤄지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