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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을까.
당연히 우승 전력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KIA가 전력이 좋아지기는 했어도 아직 빈틈이 많다"는 의견을 보인다. KIA가 바라보는 곳이 우승이든, 포스트시즌이든 돈을 들여 전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해당 선수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것 또한 프로의 세계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팀들이 돈으로 우승을 사려 했다. 대표적인 팀이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다. 1996년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해 리그에 참여한 현대는 1997년 11월 쌍방울 레이더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당시 공수 최강 포수 박경완을 영입해 이듬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당시 현대는 자금난에 빠져 있던 쌍방울에 9억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현대는 박경완과 함께 2000년에 한 번 더 우승을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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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비 효과를 톡톡히 본 팀도 있지만, 많은 돈을 들이고도 성적을 내지 못한 팀도 허다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FA 시장서 매번 '큰 손'으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의 외부 FA 영입 역사를 보면 2004년 이상목(4년 22억원) 정수근(6년-40억6000만원), 2009년 홍성흔(4년-30억원 추정), 2012년 정대현(4년-36억원) 이승호(4년-24억원), 2014년 최준석(4년-35억원), 그리고 올해 손승락(4년-60억원) 윤길현(4년-38억원) 등이다. 물론 그동안 이대호를 비롯해 김주찬 장원준 김사율 박기혁 임경완 등 외부 유출도 있었지만, 대체로 돈 쓰고도 비난받는 일이 많았다.
한화 이글스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외부 FA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근우 이용규 송은범 배영수 권 혁 심수창 정우람 등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곳곳에 배치됐지만,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KIA나 한화 뿐 아니라 최근 FA 시장에서 집중적인 투자를 한 구단들이 향후 몇 년 안에 우승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2005년부터 올해까지 12시즌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은 SK, KIA, 삼성, 두산 등 4팀뿐이었다. 이 기간 FA 계약으로 들어와 우승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박경완 박진만 장원준 정도다. 그나마 외부 FA 영입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정도였지, 우승을 이끈 주축 세력은 팀내 육성 시스템을 거쳐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수 구성 체계가 다른 메이저리그에서도 반드시 돈이 우승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시카고 컵스는 팀연봉이 30개팀 중 7위이고, 준우승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2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다만 컵스의 경우 지난해말 FA 시장에서 제이슨 헤이워드(8년 1억8400만달러), 존 래키(2년 3200만달러), 벤 조브리스트(4년 5600만달러), 2014년 말 존 레스터(6년 1억5500만달러) 등을 영입한 효과를 본 측면은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월드시리즈 진출팀 가운데 팀연봉 상위 5위 이내에 든 팀은 2013년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 뿐이다. LA 다저스의 경우 2013년부터 4년간 팀연봉 1,2위를 유지했지만, 월드시리즈 근처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