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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메달리스트의 영광도 좋지만, 야구인들의 화합을 위한 대회이니만큼 모두가 즐기는 축제 분위기였다. 스포츠조선은 5일 춘천 라데나 GC에서 열린 제35회 야구인골프대회 공식 시상 외에 이색 수상자를 선정했다. 물론, 상품은 없다. 대신 영원한 추억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패션으로 참가자들을 압도했다. 김태균은 모자-상의-하의-양말-신발까지 네이비-블루, 투톤 컬러로 맞춰 입었다. 특히 양말이 살짝 드러나는 짧은 바지로 포인트를 줬다. 이 양말 색깔이 어색했다면 매우 촌스러울 뻔 했지만, 의상과 딱 어울리는 양말을 선택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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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은 프로 뺨치는 멋진 스윙폼. 김 감독은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 진출을 선언한 여자 프로골프 대세 박성현의 폼과 흡사했다. 타격 순간부터 임팩트까지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강한 힘을 실었다. 웬만한 유연성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스윙폼. 김 감독은 이날 86타라는 수준급 스코어로 대회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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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 전 이름인 박준수를 언급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박 코치. 그는 이날 롱기스트 기록 측정을 레이크코스 7번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무려 300m나 날렸다. 박 코치가 친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지켜본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고 한다. 그동안 야구인골프대회에서 롱키스트 수상자는 보통 270~280m를 기록했는데, 300m는 그야말로 '역대급' 기록이다.
단순히 운은 아니라고 한다. 넥센 김기영 홍보팀장은 "평소에도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70m 이상이다. 다만, 파4 코스에서 티샷을 홀 근처까지 보낸 뒤 공을 홀에 집어넣는데 4~5타가 더 필요한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야구계에서는, 허리 움직임이 유연한 잠수함 투수 출신 골퍼가 신체 회전력이 좋아 멀리 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베스트스윙상 김진욱 감독도 비슷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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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은 대회 전부터 볼멘소리를 했다. 같은 조에서 양상문(LG 트윈스) 김태형(두산 베어스)과 플레이를 하게 됐기 때문. 두 감독은 야구계 골프 최고수들로 이름이 나있었다. 김 감독은 "나같은 '백돌이(평균 100타 이상을 기록하는 초보 골퍼를 이르는 말)' 골퍼에게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경기 후 함께 라운딩 한 양상문 감독, 김태형 감독이 "정말 많이 늘었다. 이제 공이 똑바로 날아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즌 중에는 골프채를 잡을 시간이 없지만, 시즌 종료 후 비밀리에 특훈을 한 결과였다. 승부욕이 강한 김 감독의 독기가 골프에 발휘됐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열심히 쳤다. 다른 감독님들 보조 맞춰드릴 정도는 친 것 같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이날 96타를 기록하며 '백돌이' 딱지를 뗐다.
춘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