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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 인터뷰]③"야신 김성근? 패자 배려차원에서 한 말"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1-17 13:41 | 최종수정 2016-11-17 18:29

김응용 야구학교 유소년팀 총감독. 분당=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11.17/

김응용 총감독. 분당=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11.17/


잠깐 고민했다. '감독'으로 불러야할까, '사장'으로 해야할까. 사회 통념상 가장 높았던 직급, 마지막 직위를 쓴다. 그런데 김응용 야구학교 총감독(75)은 명쾌하게 정리했다. "사장은 딱 6년 했다. 오래한 걸로 해야지. 감독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1972년 실업야구 한일은행 감독부터 시작해 국가대표팀,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사령탑을 지냈다. 해태 감독 18년, 삼성 감독 4년, 한화 감독 2년. 프로 감독만 무려 24년이다. 이쯤되면 '감독이 직업'이라고 할만 하다. 해태를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 감독은 파란색 삼성 유니폼 입고 또 1차례 정상을 밟았다.

프로 시절 김 감독에겐 범접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었다. 덕아웃의 '절대 권력' 앞에서 선수는 물론, 구단까지 쩔쩔맸다. 한화 시절 마지막 2년간은 조금 달랐다고 해도, 올드팬 기억속의 김 감독은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 하다가 퇴장당하고, 덕아웃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무서운 호랑이'이다. 70대 중반의 '전설'이 이제 손자뻘 아이들과 함께 한다. 유소년 야구 육성에 나선 야구학교 팀 블루 팬더스의 총감독을 맡았다. 감독-사장-감독을 거쳐 어린이 야구단 총감독으로 야구와 인연을 이어간다.

지난 14일 성남시 분당 투아이센터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웃집 할아버지 자주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치열했던 승부 세계를 떠난 그는 편안해 보였다. "50년 가까이 전쟁치르듯 살다가, 책임을 내려놓으니 살 것 같다"고 했다. 70대 김성근 한화 감독, 김인식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감독은 현역으로 있지만, 김 감독은 "돈 싸들고 와서 감독 해달라고 해도 안 한다. 마지막 2년간 한화 감독 하면서 진이 다 빠졌다. 의욕상실이다"고 했다.

김 감독은 총감독직을 제안받고 먼저 급여없이 무보수로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감독, 사장하면서 한 번도 계약금이고 연봉이고 구단에 얼마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주는 대로 받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진짜 프로가 아니었어"며 또 웃었다.





-많은 이들이 해태 전성기를 얘기합니다. 해태야구는 뭐가 달랐나요.


그 때는 배고픈 야구를 했어요. KIA로 바뀐 뒤로는 많이 달라졌지만.(웃음) 예전에는 관중들도 죽자사자 진짜 응원을 많이 했지. 선수들에게 여유를 안 줬어요. 선수들이 정신 바짝차리고 야구했지. 처음 해태에 가니까 정기주 사장이 그러더라고. 왜 선수가 35명이나 필요하냐고. 프로 초창기에는 그 정도로 야구를 잘 모른거지. 해태에는 좋은 선수가 많이 모였어요. 1번부터 9번까지 구색이 갖춰져 있었다고. (김)일권이, (이)순철이같은 빠른 선수가 3명 정도 있었고, 3,4번에서 장타를 때려주는 타자, 타율 좋은 선수가 다 있었지.

-2002년 한국시리즈 직후 김성근 감독(당시 LG)을 '야신'으로 치켜세웠지요. 지금도 '야신'이라는 칭찬이 유효한가요.

뭐, 그런것 보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승자는 패자를 보다듬어 줘야하잖아요. 그게 예의지. 어떻게 어떻게 해서 이겼다, 그러면 죽은 사람 한 번 더 죽이는 거잖아. 뭐 요즘 잘 하잖아. 꼴찌팀을 그 정도 올려놨으면. 투자한다고 해도 당장 성적 나는 것도 아니고. (김응용 감독에 이어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성근이 취임 직후 팀도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고 하자) 사실대로, 느낀대로 얘기한건데 뭐. 다만, 나라면 그렇게 얘기 못했을 것 같아요. 자기 팀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외부에 노출하면 안 되지. 선수 사기 문제도 있으니 배려를 해야지. 선수들이 '그러면 우린 뭐냐'고 생각하면 곤란하지.(웃음) 현역시절에 나는 팀이 약할수록 강하다고 했고, 우승 자신이 있으면 엄살을 피웠지. 우승 어렵다고.(웃음)

2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2사 2루서 넥센 윤석민의 3루 선상의 타구 때 김준희 3루심이 안타를 선언하자 김응용 감독이 이에 항의,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키고 있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21.

삼성의 신임 감독 '김응용' 감독이 5년 13억 계약을 맺은 후 심필렬 사장과 삼성 유니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감독 시절에 몇 번이나 퇴장을 당했는 지 기억하고 있나요.

(머뭇거리지 않고)19번. 왜 그런걸 물어봐. 해태에서 18번, 한화에서 1번, 총 19번이었지. 해태 때는 퇴장당해 충장로 가면 영웅 대접받았어. 나가야할 때 안 나가면 해태 팬들이 '우리 감독 심판하고 싸우지도 안고 편하게 야구하려고 한다'고 욕했어요.(웃음) 심판한테 배 내밀고 강하게 어필을 하다 퇴장을 당해야 팬들이 좋아했어. 그런데 장진범, 문승훈같은 해태 출신 후배들한테 제일 많이 당했어.(웃음) 저번에 보니까 메이저리그에는 160번 넘게 퇴장당한 감독이 있더라고.(김 감독 기억과는 다르게 KBO는 그가 해태 시절 5번, 한화 시절 2번, 총 7차례 퇴장당했다고 확인해 줬다. KBO 관계자는 경고 등 다른 제재 상황을 혼동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경기는 어떻게 보셨나요.

긴장이 돼서 못 보겠더라고. 경기를 보면 내가 꼭 현역 감독이 된 것 같더라고.(웃음) 잠시 중계보다가 채널을 딴데로 돌리고, 나중에 또 보고 그랬지. 계속해서 못 보겠어.

-해태와 삼성의 팀 문화가 많이 달랐지요. 전성기의 해태, 전성기의 삼성 중 어느쪽이 더 강한가요.

삼성에선 감독으로 4년간 한 번 밖에 우승 못했고, 해태에선 9번나 했잖아. 삼성은 (선)동열이가 감독하면서 많이 강해졌지. 장원삼, 박진만, 심정수가 들어오고, 동열이가 좋은 팀을 만들었어요. 물론, 해태가 강했어. 해태 전성기 때 감독을 했으니까. 해태에서 18년, 삼성에서 10년 있었는데, 내 머리에는 해태 선수들만 들어와 있어. 삼성 시절에는 집사람이 좋아했어요. 집에 돈 달라는 얘기 안 했으니까.(웃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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