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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느냐, 떠나느냐. 운명이 달린 포스트시즌이다.
니퍼트의 사례는 다른 외국인 투수들이 귀담아 들을만 하다. 정규시즌 5위 KIA 타이거즈를 포함해 LG 트윈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두산까지. 단기전에서 어떤 공을 던지느냐가 재계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탁락한 KIA는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의 희비가 엇갈렸다. 헥터는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제 몫을 충분히 했고, 지크는 2차전 0-0이던 9회 1사 1,2루에 등판해 안타 1개와 희생 플라이 1개를 허용하며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따라서 시즌 내내 기복을 보이며 팬들의 애간장을 태운 지크는 재계약이 쉽지 않게 됐다.
LG에는 헨리 소사가 있다. 2012년부터 KBO리그에서 뛴 소사는 빠른 공이 매력적이지만 강력한 맛은 없다. 건강한 몸을 바탕으로 4일 휴식 후 등판을 너끈히 소화하면서도 1선발로 불리기 부족하다. 올 시즌도 33경기에 등판해 10승9패 평균자책점이 5.16이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것에는 합격점을 줄 수 있겠으나, A급 투수로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이번 가을야구가 중요하다. 구단과 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줄 호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허프에 눈높이를 맞춘 팬들이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올해 김지용, 임정우 등 마운드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LG는 허프의 짝만 찾으면 내년에도 가을야구를 할 강력한 후보다.
이에 반해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 잭 스튜어트, 두산의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은 가을야구 활약 여부를 떠나 무조건 재계약할 공산이 크다. 그만큼 빼어난 기량에다 한국 타자들에 대한 적응도 완벽히 끝났다. 타자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넥센 대니 돈, 두산 닉 에반스가 좀 더 구단에 어필할 필요가 있다. 둘은 앞선 구단의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분명 나은 성적을 거뒀지만 임팩트가 부족하다. 찬스에서 무조건 한 방을 쳐줄 것이라는 믿음은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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